우리은행, 거래기업 따라 지점명까지 바꾼다
우리은행, 거래기업 따라 지점명까지 바꾼다
현장 냄새나게 '기업명+센터'로
동질감 키우고 고객 찾기 쉽게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점 이름도 고객 편의에 맞게 과감하게 바꿔라."
이순우 우리은행장(사진)이 현장 중심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행장은 최근 대기업 사옥에 입점한 영업점의 간판을 '기업명+센터' 명칭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이를 통해 거래기업 계열사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동질감을 형성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 1일 한화그룹 계열사가 입점한 삼일로지점을 한화센터지점으로 바꿨다. 또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삼일로업무팀은 한화센터업무팀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남산지점이 CJ센터지점으로 변경됐다. CJ제일제당과 CJ GLS,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등 CJ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CJ제일제당센터로 옮겨가자 CJ본사에 있던 남산지점이 따라 가면서 명칭까지 아예 CJ센터지점으로 바꾼 것. 기존 남산지점은 CJ남산 출장소로 바뀌었다.
특히 CJ센터지점의 경우 행정구역명을 사용해 '쌍림동지점'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했으나 고객의 편의에 따른다는 차원에서 CJ란 이름을 썼다. 현장영업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고객이 영업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명칭을 바꾼 케이스도 있다. 사당역지점의 경우 행정구역상 남현동에 있지만 인근 주민 외에는 익숙치 않은데다 용산에 있는 남영동과 헷갈린다는 판단으로 남현동지점이란 이름을 버리고 사당역지점으로 바꿨다.
또 상도남부지점과 삼성남지점은 고객이 찾기 쉽도록 숭실대역지점, 한국감정원지점 등으로 확실한 지명 이름을 택했다. 종로 2가지점의 경우는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의 특성을 감안해 입점한 건물의 이름을 따서 종로YMCA지점으로 바꿨다.
이밖에도 삼성반도체지점(구 기흥지점), 광양POSCO지점(구 광양지점), 가든파이브지점(구 장지역지점) 처럼 고객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 찾기 쉬운 명칭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우리은행이 지점 명칭에 집착(?)하는 이유는 '고객이 편리한 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행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이 행장은 올해 경영전략을 위한 3가지 실천과제 가운데 하나로 현장중심 경영을 꼽았다. 위기에 처했을 때 문제의 해결책은 고객 접점인 현장에서 나온다는 배경에서다. 특히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등고자비'(登高自卑)의 의미처럼 스스로 더 낮추고 고객의 이익과 행복을 최우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은 대외 환경이 불확실하고 은행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본을 강조한다"면서 "영업점 명칭을 바꾸는 것 또한 현장과 고객을 강조하는 이 행장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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