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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오크밸리에 '이인희표 된장'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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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노출 않던 한솔그룹 고문이 콩농장에 나타난 까닭
검은콩 직접 재배 된장 개발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모성 경영'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외부에 노출을 꺼렸던 것과는 달리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3일 한솔그룹에 따르면 최근 이 고문은 오크밸리 내에 위치한 콩 농장에 발길이 잦아졌다. 이 고문은 지난 2009년부터 직접 검은콩 재배를 하고 있다. 오크밸리표 된장을 만들어 고객의 식탁에 올리기 위한 것이다. 그 결실은 올 가을이면 나온다. 오크밸리 관계자는 "가을께면 '3년 숙성 검은콩 된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콩을 이용해 된장을 만드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재배, 수확은 물론 메주로 만들어 숙성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이 고문은 이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된장은 오크밸리의 식재료로 납품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고문이 손수 검은콩을 키워가며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지난달에는 12년 만에 두을장학재단의 장학증서 전달식에도 참석했다. 그녀가 전달식에 참석한 건 지난 2000년 재단 설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을 통한 여성리더 양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대표나 회장이 아닌, 고문이라는 직위가 의미하듯 그동안 그녀는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삼가해 왔다. 1983년 한솔그룹의 근간인 전주제지(현 한솔제지)를 처음 맡을 때도 그녀는 고문이었다. 30년 가까이 고문이란 칭호와 함께 살아왔다.


평소 이 고문은 '드러나지 않게' 오크밸리를 챙겨왔다. 일례로 그녀는 음식메뉴에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다. 빠르게 변하는 젊은 층의 입맛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 고문의 음식사랑은 그룹 내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솔 관계자는 "젊은 직원과 함께 시식해본 후 의견을 묻고 현장에서 바로 담당자에게 전달한다"고 전했다.


거리를 거닐다 잔돌멩이 등을 치우는 모습도 자주 목격되곤 한다. 재계 원로인 그녀를 방문객들이 가끔 '청소 아주머니'로 오해하는 이유다.


이 고문의 노력 덕분에 오크밸리는 업계서 항상 첫 손가락에 꼽힌다. 서비스 품질등급에서 국내 최초로 10년 연속 'AAA+' 등급을 받았고 지난 2010년에는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1928년생인 이 고문은 국내 여성 경영자 중 원로에 속한다. 장영신(1936년생) 애경그룹 회장, 이명희(1943년생) 신세계그룹 회장, 현정은(1955년생) 현대그룹 회장 등이 그 다음으로 분류된다.


지금은 된장을 만들고, 잔돌을 치우는 소박한 모습이지만 그녀는 한 때 '철녀'로 불렸다. 지난 1997년 한솔을 덮친 외환위기 역풍을 홀로 막아냈다. 한솔의 재계 순위는 떨어졌지만 그나마 이 고문의 역량 덕분에 최악은 면할 수 있었다. 음식의 기본인 된장을 강조하듯 경영에서도 기본을 강조했던 그녀의 힘이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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