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눈물뺀 여야···· 票 프로젝트 2탄
경쟁적으로 노동달래기 정책 쏟아내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정치권이 재벌개혁에 이어 비정규직 대책을 놓고 정책ㆍ 공약 경쟁 2탄을 벌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600만 비정규직 표심에 주목한 결과다. 정치권은 비정규직을 '88만원 세대, 양극화의 피해자'로 지목하고 있다. 이들의 표심을 먼저 잡는 자가 대선 승리에서 한발 다가간다는 계산에서다.
노동계가 집계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830만명이다. 정부의 공식통계(지난해 8월 기준)로만도 599만5000명이다. 17대 대선의 당락을 가른 531만의 표보다 많다. 한표가 아쉬운 정치권으로선 비정규직 표심을 무시할 수 없다.
민주통합당(민주당) 정책위와 경제민주화특위는 31일 비정규직 및 정리해고 개선 문제에 대해 정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2017년까지 비정규직 비율을 25%까지 낮추고 현행 정규직 대비 50% 수준인 비정규직 임금을 8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역시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단 양당 모두 사회 양극화의 주된 축이 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8236원으로 정규직의 57.2% 수준이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비정규직 134만8000원을 받아 정규직 근로자(238만8000원)보다 100만원 이상 적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2008년 55.5%에서 2009년 56.3%로 상상하는 등 2년 연속 좁혀졌지만 2010년에도 아직 60%에 못 미치고 있다.
민주당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입법화하고 해고 리스크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기업들이 고용안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보다 높아지는 10% 정도 효과를 갖게 된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을 전환시킬 경우 이에 따른 국고 지원금을 지급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정규직을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 24조 정리해고를 허용한 독소조항을 바로 잡기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제한을 둔 조항이 오히려 정리해고를 남용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 법적 다툼 소지를 없애기로 했다. 현행 근로자 ’파견 노동‘과 민법상 ’도급‘의 구분을 분명히 해 불법 파견에 대해 엄벌하기로 했다.
기업체가 파견근로자나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할시 1인당 30만원을 곱한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기로 했다.
파견 기간제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별을 시정받기 위해 노동위원회 차별신청할 대 현행 근로자 본인만 가능하던 곳에 소속노조와 상급단체가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차별시정신청을 할 수 있는 기간도 현행 ‘차별처우가 있던 3개월이내’에서 ‘차별 처우를 인식한 날 6개월 이내’로 했다.
한나라당 역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노동분야 총선공약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내달 초에 비정규직 총선 공약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정규직 절반 수준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대기업부터 기본급 외 성과급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주는 방안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근로시간 단축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 한도제) 개선 ▲정년 연장 법제화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도 비정규직과 고용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전날 발표된 한나라당의 '국민과의 약속'(정강ㆍ정책)을 살펴보면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해소와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 "청년고용은 일자리 정책의 핵심과제"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여야의 이같은 비정규직 대책은 이명박 정부와의 선긋기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국민과 약속'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에 나섰고, 한명숙 대표는 참여정부가 도입한 비정규직법의 오류를 인정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야 모두 비정규직이 양극화시대의 최대 소외계층이며, 현 정부에 대한 강력한 안티세력임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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