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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지영준 “런던에서 부상 없이 뛰고 싶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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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지영준 “런던에서 부상 없이 뛰고 싶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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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한국 마라톤에 2012 런던하계올림픽은 조금 특별하다. 64년 전인 1948년 한국 선수단은 태극기를 앞세우고 올림픽무대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그곳은 런던이었다. 도보에 기차, 배, 항공 등을 번갈아 이용한 끝에 겨우 격전지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당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마라톤의 최윤칠이었다. 지구력과 스피드를 겸비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다. 그는 기대에 그대로 부응하는 듯했다. 40km 지점까지 선두를 내달렸다. 하지만 이후 갑작스레 근육통이 찾아왔고 이내 기권을 선언, 1936년 베를린 대회의 손기정에 이은 올림픽 2연속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영준은 64년 전의 아쉬움을 달랠 한국 마라톤의 대들보다. 최윤칠과의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하지만 그를 가르치는 정만화 코오롱 감독은 선수로 활동했던 1980년 국가대표팀에서 사제 관계를 맺었다. 정 감독은 “평소 런던에서의 이야기를 자주 꺼내셨다”며 “영준이가 이번 하계올림픽을 나서게 된다면 마라톤 관계자들의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영준은 64년 전의 최윤칠과 같이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그 부응을 위해 현재 이천, 제주도 등지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눈이 와도 러닝을 멈추지 않을 만큼 올 시즌을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지영준은 “지난해 겪은 온갖 악재를 모두 털어내고 싶다”라고 밝혔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시간11분11초로 금메달을 따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을 감기몸살로 포기했고 4월 대구 국제마라톤을 허벅지 근육통으로 불참했다. 6월에는 마라톤 약물 파문에 휘말려 훈련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결과는 무혐의. 정 감독은 “소주 한 잔 마시지 않을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선수”라며 “2007년부터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한 차례도 양성 반응을 받은 적이 없다. 경찰 수사가 다소 과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피플+]지영준 “런던에서 부상 없이 뛰고 싶다”(인터뷰)


결국 지난해 목표로 삼은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 42.195㎞ 풀코스를 소화한 건 11월 중앙서울마라톤 단 한 번뿐이었다. 기록은 2시간18분39초. 자신의 최고기록(2시간8분30초)보다 10분9초나 느렸다. 하지만 정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영준은 마른 장작과 같다. 한 번 불이 붙으면 활활 타오르는 유형”이라며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올해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영준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2012년을 최고의 해로 만들고 싶다”며 “그 무대가 런던하계올림픽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지영준과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최근 몸 상태는 어떠한가.


지영준(이하 지) 얼마 전만 해도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무릎 통증으로 훈련만 해내고 휴식을 취해야 했다. 뒤늦게 동계훈련 일정을 열심히 소화하고 있다.


스투 부상의 정도가 심각한가.


훈련을 다소 의욕적으로 소화하다 생긴 경미한 통증이다. 치료를 잘 받은 덕에 이상은 없다.


스투 훈련 일정을 간단하게 공개할 수 있나.


오전, 오후로 나눠 러닝에 집중한다. 평소 소화한 새벽 운동은 피하고 있다. 추운 날씨로 무릎 통증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부상이 우려되기도 하고.


스투 최근 겪은 무릎 통증도 추운 날씨에서 비롯되었나.


그런 건 아니다. 지난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부상을 당했다. 원인은 무리한 훈련에 있었다. 자주 다니는 원주 모 병원에서 좋은 치료를 받아 다시 뛰는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스투 지난해 부상으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감기와 고열로 3월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를 포기해야 했다. 명예 회복 차원에서 이후 훈련 속도를 바짝 끌어올렸다. 그런데 의욕이 너무 앞섰던 같다. 어떻게든 4월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출전하려 했던 것이 허벅지 근육통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전까진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는데 무척 아쉽게 됐다.


[피플+]지영준 “런던에서 부상 없이 뛰고 싶다”(인터뷰)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스투 풀코스 완주가 지난 11월 열린 중앙서울마라톤대회(2시간18분39초) 단 한 번에 그쳤다.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 가장 속상하다. 겨우 부상을 딛고 신발 끈을 동여맸는데 6월 불거진 마라톤 약물 혐의 파문으로 재활과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TV, 신문 등 언론에서 혐의를 거론할 때마다 무척 답답했다.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됐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스투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펼쳐진 마라톤 경기를 직접 관전했나.


원주 자택에서 TV를 통해 봤다. 동료 선수들이 뛰는 걸 멀리서 지켜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많이 응원하게 되더라. 세계의 높은 벽에 부딪혀 메달을 얻진 못했지만 모두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선수생활에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경기를 지켜본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적잖은 자극을 받았다.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굳은 신념이 생겼다.


스투 가족들이 불발된 출전에 많이 안타까워했을 텐데.


아내는 불참과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꺼내면 가슴만 아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더 많이 미안했던 것 같다.


스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불거졌던 약물 파문은 무혐의로 매듭지어졌다.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파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일까지 터져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준비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사실 억울함보다는 그 상황이 더 속상했다. 큰 대회를 앞둔 선수들에게 왜 그런 험담을 해야 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스투 허위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섰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조용하기만 한데.


내부적으로 허위제보자가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밝히지 않는 분위기다. 지나간 일에 더 이상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지만 어쩌겠나.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투 경찰 조사를 몇 차례 받았나.


강원지방경창청 마약수사대를 찾아가 진술서를 쓰고 왔다. 태어나서 처음 가본 경찰서였다. 나보다 정만화 감독의 고생이 더 심했다. 형사들이 훈련장을 수차례 방문한 탓에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 모두 악재에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했지만 집중력이 떨어져 말처럼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현실이 안타깝고 속상했다.


[피플+]지영준 “런던에서 부상 없이 뛰고 싶다”(인터뷰) 지영준을 지도하는 정만화 코오롱 마라톤 감독


스투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은데.


심적으로 신경이 많이 쓰였다. ‘내 할 일만 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지만 훈련에 집중을 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이 그대로 묻혀버린 것 같다. 이제는 내게 달린 문제인 듯하다. 마라톤의 이미지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달려야겠다.


스투 2012년을 맞는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1월 1일을 코오롱 선수단과 보냈다. 강원도 강릉 해변에 위치한 모텔에서 눈을 붙이고 7시 즈음 일어나 함께 해돋이를 지켜봤다. 구름이 가득해 일출을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뒤늦게 해가 떠올라 보람을 느꼈다.


스투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원을 빌었나.


물론이다. 내용은 그냥 소박했다. 아프지 않고 뛸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도 함께 다졌고.


스투 하지만 1월부터 무릎 부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동료들과 함께 뛰어야 하는데 나 혼자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도 조급해지고. 그래서 치료에 집중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애썼고. 선수생활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지난해의 악재를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스투 당장의 목표가 있다면.


대회가 열리는 봄 전까지 동계훈련을 잘 받고 싶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는 게 더 중요하다. 런던하계올림픽을 함께 준비하며 몸을 차근차근 끌어올릴 계획이다.


[피플+]지영준 “런던에서 부상 없이 뛰고 싶다”(인터뷰)


스투 아프리카 선수들의 강세가 꺾일 줄을 모르는데.


하나의 흐름이라고 본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세계 마라톤 대회를 지배한 건 유럽 선수들이었다. 아프리카세가 불어 닥친 건 2005년 이후부터다. 기록 경쟁이 점점 심화되는 것 같다.


스투 그 속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나.


2시간 3분이나 4분대는 아니더라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만한 기록을 내고 싶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당장의 목표는 런던하계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다. 기량 발휘는 이를 얻은 뒤 생각하고 싶다.


스투 메달 획득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바라보나.


케냐 선수들을 넘어서면 딸 수 있지 않을까(웃음). 아프리카에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해마다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선수들이 속출하다 보니 목표를 잡기가 어려워졌다. 그런 선수들과 붙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의 몸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스투 어떤 점을 현재 보완하고 있나.


유연성과 근력이 부족한 편이라 이를 보강하고 있다. 트레이너가 1:1 맞춤식으로 몸을 만들어주는데 스트레칭, 보완운동 등이 주를 이룬다. 이전까지 근육이 다소 뻣뻣했는데 스트레칭을 통해 많이 부드러워졌다. 러닝을 해도 부담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물론 부상의 위험도 함께 떨어졌다.


스투 컨디션을 100% 끌어올리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나.


부상 없이 훈련을 한다는 가정 아래 3개월이다. 하루 30km 이상의 러닝을 소화하는데 그 거리가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따라 대략적인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피플+]지영준 “런던에서 부상 없이 뛰고 싶다”(인터뷰)


스투 제주도 훈련은 어디에서 주로 이뤄지나.


신제주 방면의 해안도로나 운동장이다. 날씨가 따뜻한 편이라 만족스럽다.


스투 마라톤을 임할 때 무슨 생각을 하며 달리나.


꿈을 자주 떠올린다.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이나 환호하는 모습 등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몇 km에서 스퍼트를 낼지 계산하기도 하고. 사실 경기에 집중하게 하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스투 금메달을 거머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가 그러했나.


그렇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만 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얼마나 가슴이 짠했는지 모른다. 함께한 은사님들과 가족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


스투 마라톤과 자신의 성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어렸을 때 무얼 하나 만들면 끝장을 보는 편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꿋꿋이 참아내는 성격인 것 같다. 집중력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주위에서 “내 말을 왜 못들은 척하느냐”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을 정도다.


스투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첫 번째는 국가대표팀 선발이다. 그걸 이루고 난 뒤에 런던하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꾸준히 몸을 만들면 꿈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투 언제까지 달릴 생각인가.


운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진 최선을 다 하고 싶다. 4, 5년 뒤를 은퇴 시기로 내다보고 있다.


스투 은퇴 뒤의 자신을 따로 준비하고 있나.


그런 쪽으로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때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처럼 내 앞에 펼쳐진 길을 묵묵히 달리고 싶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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