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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ㆍ세종고)에겐 설 연휴가 따로 없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그는 가족과 떨어져 머나먼 이국 땅에 있다. 명절 때 혼자 지낸다고 해서 외롭거나 하진 않는다. 그런 나약한 마음은 물리친 지 오래다. 올림픽 티켓을 안겨준 '약속의 땅' 러시아에서 이제 그는 한 뼘 더 커진 꿈, 올림픽 메달을 향해 매트 위에서 쉼없이 날아오르고 뛰고 구른다.
손연재는 지난 13일 러시아로 출국해 모스크바 인근의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 본격적인 런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손연재의 첫번째 목표는 10명이 겨루는 개인종합 결선 진출. 24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0위 내에 들어 결선에 오르면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오는 2월 말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3월), 이탈리아(4월), 프랑스ㆍ우즈베키스탄(5월)에서 열리는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대회에 차례로 나서 실전 감각을 쌓는다.
손연재는 설 연휴를 앞두고 가진 아시아경제신문 스포츠투데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명절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 건 오래됐다. 늘 전지훈련이나 국제대회가 있었다. 이젠 외롭거나 그렇진 않다"며 "다시 고된 훈련이 시작됐지만 내 꿈을 위해서 평소처럼 독하게(!), 열심히 달릴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많은 응원 바란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손연재와 일문일답.
◇'약속의 땅' 러시아에서 꾸는 올림픽 메달 꿈
-올해 설날 꾸고 싶었던 꿈이나 바람이 있었나요?
▲훈련하고 나면 피곤해서 그냥 스스륵 잠이 들어요. 꿈을 제대로 꾼 적이 정말 오래된 것 같아요. 그냥 꿈보다는 항상 훈련 잘하고 건강하게 올림픽까지 컨디션 조절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러시아로 출국한 지 꼭 열흘이 됐네요. 러시아에서 1년 반 지옥훈련을 거친 끝에 생애 첫 올림픽 티켓도 따냈죠. 러시아 훈련의 장단점은 뭘까요.
▲체계적인 시스템이죠. 물론 국내도 최근 리듬체조에 대한 지원을 예전보다 많이 하고 있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러시아가 훨씬 앞서 있죠. 물론 그만큼 전지훈련 비용도 많이 들지만요. 또 선수 개개인의 성적이나 신체사항 등을 모두 파악하는 전력분석관이 있어요. 단점은 저 혼자 있으니까 외롭다는 건데요, 그것도 예전 기억이고 이제는 적응을 다 해서 러시아에 가면 더 열심히 훈련할 수 있어요.
-최근 1년 동안 향상된 기술이 있나요. 또 이번 올림픽 때 연기할 후프, 볼, 리본, 곤봉 중 가장 자신있거나 보완이 필요한 경기는 뭔가요.
▲예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난도 적응력이 높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체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요. 러시아에서 매일같이 조깅을 하고 강훈련을 하다보니 난도 숙지와 체력이 향상된 것 같아요. 작년에는 후프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붙었어요. 후프 성적이 좋았던 점도 있고요. 올해는 곤봉 프로그램을 바꿨기 때문에 최대한 보완하려고 노력해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난도를 높여서 몸에 익히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최근 가장 많이 관찰한 다른 선수의 비디오가 있나요.
▲경기가 끝나면 항상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보는 편이에요. 저보다 점수나 랭킹이 높은 선수들 위주로 보는데,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이스라엘 선수들을 자주 봐요. 물론 때에 따라서 다른 국가 선수들도 볼 때도 많아요. 보면서 저보다 잘한 것에 대해 파악을 하고, 난도나 프로그램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참고해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언제쯤 올 수 있다고 보나요.
▲앞서 말했지만 러시아나 유럽 리듬체조 훈련여건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처음 러시아 전지훈련을 갔을 때 이런 시설에서 훈련하는구나, 하고 감탄했었으니까요. 체육관 내 습도와 온도 등을 정확하게 측정해서 선수들의 컨디션에 맞게끔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물리치료사가 항시 대기하고 있어요. 재활치료, 조깅, 발레 등 리듬체조를 위한 모든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고요. 국내에서 러시아 전지훈련을 오래했다고 하는 제가 1년 반 정도 훈련을 했지만, 러시아나 유럽 선수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런 환경에서 했으니 제가 격차를 좁히려면 더욱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죠. 단기간에 세계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에는 어렵겠지만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최대한 격차를 좁혀서 그땐 당당히 경쟁하고 싶어요.
-런던올림픽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것 같은 선수를 한 명씩 꼽아볼 수 있을까요.
▲아직 특정 선수가 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아직 올라갈 단계가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다만 다른 나라 선수들이 저를 의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요즘 들은 적이 있어요. 세계 1,2위를 다투는 실력이 되면 그 때쯤 한 명을 라이벌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함께 갈라쇼를 했던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안나 베소노바와 연락을 주고 받고 있나요.
▲러시아에서 같이 훈련하고 있어요. 바로 옆에서 훈련하다보니 예전보다 많이 친해졌어요. 작년 프랑스 세계선수권에서는 카나예바와 서로 격려도 하면서 부쩍 친해졌어요. 베소노바는 우크라이나에 있어서 잘 연락은 못하지만 대회 때마다 보면 인사하고 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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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에 대한 편견과 오해
-리듬체조 팬들은 손연재 선수가 등장할 때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매너를 굉장히 높게 평가합니다. 무대에 서는 순간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요.
▲'여기선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시작해요. 자신감이 떨어지면 경기를 잘 못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자신감 있게 하려 하고요. 또 수구(볼, 후프, 곤봉, 리본 등 기구)와 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요.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와 수구가 같다'라는 느낌으로 해요.
-외모와 달리 주위에서 손연재를 말할 때 '카리스마' '승부근성' 이라는 표현들을 많이 쓰는데 이유는 뭘까요.
▲예전에 매니지먼트사(IB스포츠) 담당직원이 저보고 "독하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어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해야만 하는 것이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끝까지 하려고 하는 걸 보고 그런 것 같아요. 성격이 그런 탓도 있는 것 같아요. 과거 일은 털어버리지만 지금 앞에 있는 일만큼은 반드시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제가 목표한 일이 있다면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해내야 하는, 뭐 그런거요. 그래서 단기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 같고요.
-'리듬체조하기 참 잘 했다'고 느낀 적은요?
▲요즘에는 즐겁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하기 때문에 항상 느끼는 것 같아요. 리듬체조를 직업적으로 했다면 포기하고픈 마음이 많았겠지만 즐기자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힘들어도 참을 수 있고 동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럼 반대로 '이것만 아니면 리듬체조 선수도 할 만하다'고 생각되는 건 뭐가 있을까요.
▲우선 대회 때마다 식단조절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리듬체조는 아름다움과 표현력이 중시되는 스포츠 종목이라서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거든요. 살이 찌면 점프하기도 힘들고. 반면 체력이 저하되면 오래 버틸 수 없어 힘들어요. 그래서 적당한 체중을 관리하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손연재에 대한 편견은 뭐가 있을까요.
▲제가 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 밥 잘 먹고 많이 먹어요! 다만 대회 때나 중요한 경기 전에는 체중조절을 해야해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이것말고는 특별한 편견은 없는 것같아요.
◇그가 바라는 단 하나의 방정식, '리듬체조=손연재'
-손연재에게 리듬체조란?
▲그냥 내 '삶'. 아니, 리듬체조는 곧 저에요. 리듬체조를 하며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또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목표가 생기거든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서 '리듬체조는 곧 손연재'라는 수식어가 붙도록 최선을 다할 거에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나요. 힘들거나 지칠 때 마음을 다잡는 방법은요?
▲훈련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엔 될 때까지 끝까지 해요. 해서 안되면 또 하고, 그러다 밤이 되고 지쳐 쓰러지고. 그러다 보면 잘 되고 잘 되면 스트레스도 풀릴 때가 있어요. 그리고 휴식시간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재충전을 해요. 힘들 땐 그냥 부모님을 생각해요. 저를 정말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데, 제가 힘들다고 마음을 못 잡으면 죄송하잖아요. 또 저 스스로한테도 미안하고요. 그래서 지칠때나 힘들 때 저를 생각하는 분들을 떠올려요.
-런던올림픽이 이제 꼭 6개월 남았네요. 6개월 후 나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 것같나요.
▲끝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선수이기 때문에 삶이 크게 바뀌지 않을거에요. 물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후에 인터뷰와 CF촬영, 행사가 예전보단 많아졌지만 그래도 제 본업은 스포츠 선수라서 거의 같은 모습일 거라 생각해요.
-손연재의 궁극적인 꿈은?
▲아직 제 꿈은 진행 중이에요. 작년에는 올림픽 출전이 꿈이었다면 올해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고, 내년에는 또 다른 것이겠죠. 저는 아직 어리고 기회가 많으니까 더 많이 생각하고 많은 꿈을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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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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