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명 임직원 인사 하루에 끝내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의 파격 인사가 화제다. 기업은행은 11일 임원부터 부서장은 물론 행원까지 총 1910명의 승진·이동 인사를 단 하루에 끝냈다. 기업은행 전 직원의 20%에 이르는 대규모 인사를 한꺼번에 처리한 것이다.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획기적인 일이다.
은행권 정기 인사는 통상 임원 인사가 먼저 나고 이어 부·점장급 인사가 난 뒤 대상자가 많은 팀장급 이하 인사가 날 때까지 총 열흘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인사 기간 동안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일이 많았다. 조 행장은 이런 관행을 깨뜨리고 싶었다. 인사에 대한 궁금증을 한번에 해소해 매년 인사철마다 되풀이돼 온 '들뜨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조기에 안정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또 부·점장과 팀장 등 직급별로 순차적으로 부임하도록 해 고객 불편을 줄이는 데도 신경을 썼다.
이번 인사는 3개월 전부터 극비리에 인사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32년간 기업은행 임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은행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조 행장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란 게 은행 안팎의 평가다. 기업은행 창립 50년 만에 첫 내부 공채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조 행장이 아니면 누가 감히 이런 인사를 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조 행장은 과거 인사부 행원으로 있을 때부터 이 같은 '한방 인사'를 꿈꿔 왔다.
또 이번 인사에서는 현장 및 특수분야 전문가와 여성 리더 등 차세대 주자의 발탁도 눈에 띈다.
먼저 제주 토박이 출신으로 금융상담에 뛰어난 역량을 보인 정금자 제주지점 팀장을 신제주지점장으로 발탁했다. 역점 사업으로 신설되는 문화콘텐츠사업팀 부장의 경우 내부 공모를 거쳐 윤보한 팀장이 뽑혔다.
전 직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인력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각 지역 및 직급별로 여성 리더들을 대거 뽑았다. 전국 모든 행정단위 지역에 여성 점포장을 한명 이상 배치한 것이다.
이외에도 농구선수와 전화교환원·운전기사 출신 등을 발탁했다. 출발점이 어디든 최선을 다해 노력한 직원이라면 누구나 CEO까지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는 조준희 행장이 평소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빨리 안정된 조직으로 영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2012년을 선두에서 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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