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과 신지애, 이보미 등 '88년생', 韓ㆍ美ㆍ日투어에서 '훨훨'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2012년이 바로 용의 해, 임진년(壬辰年)이다.
올해는 특히 60년 만에 한 번 돌아온다는 흑룡의 해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속담처럼 용은 역사 속에서도 늘 위대하고 훌륭한 존재에 비유됐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이라 했고, 임금이 입는 옷(御衣)도 온통 용무늬로 장식했다. 상상의 동물이지만 가장 영험하고 귀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골프계에서는 특히 올해로 만 24세가 되는, 1988년생들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김하늘(비씨카드 ㆍ사진)이 선두 주자다. 지난해 2년간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여왕과 다승, 대상 등 개인타이틀을 '싹쓸이'했다. 김하늘 역시 "나의 해를 맞아 세계무대로 도약하는 원년을 만들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곁들였다. 이를 위해 올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도 4, 5개 대회에 출전한다.
역시 용띠인 신지애(미래에셋)는 지난 한 해의 부진을 씻고 한국낭자군의 선봉장으로서의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라식수술과 허리 부상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데뷔 이후 처음 '무관'이라는 불명예를 안아 1승부터 시급하다. 신지애는 "그동안 새로운 목표 설정이 없었다"면서 "이후 우승에 대한 강박관념에 스윙 교정까지 실패해 어려움이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시즌 막판 LPGA투어 2개 대회를 포기하고 샷 감각을 조율한 까닭이다. 신지애는 "심리 상담을 받으며 마음을 추스리고 있고, 남자 스윙을 가르쳤던 코치(글렌 도허티)와 결별한 뒤 내 나름대로의 스윙을 되살리고 있다"며 "주위에서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지만 우승의 맛을 알기 때문에 더욱 우승을 더욱 갈망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2008년부터 매년 1승씩을 쌓아온 김인경(하나금융그룹)도 '복병'이다.
일본 무대를 개척하고 있는 이보미(하이마트)도 용띠다. 2010년 KLPGA투어 4관왕을 차지하면서 '넘버 1'으로 우뚝 섰던 이보미는 지난해 스폰서와의 계약 조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국내 대회를 소화하면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국내 12개 대회에서는 그러나 '최저타수상'을 받는 일관성이 돋보였다. 올해 새 계약이 이뤄지면 일본 투어에 전념해 남다른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자는 단연 김대현(하이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10년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상금왕이었던 김대현은 지난해 1승도 못 올려 상금랭킹이 8위(1억8400만원)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평균타수를 비롯해 드라이브 샷 평균 비거리, 퍼팅 수, 버디 수, '톱 10' 피니시율 등 주요 9개 부문 기록 중 5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기량 면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잠재력을 자랑하고 있다.
김대현으로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1차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가 2차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점부터 극복해야 할 과제다. 올해는 그래서 국내 무대에 올인하겠다는 생각이다. 강력한 라이벌인 김경태(26)가 일본과 미국을 오가고 있고, 배상문(26)이 일본을 거쳐 PGA투어로 건너가 '무주공산'이다. 이진규(티웨이항공)와 장동규(볼빅), 허원경(코웰) 등이 '용띠군단'에 가세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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