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2011년의 마지막 거래일이다. 2000대에서 시작한 올해 코스피는 이변이 없다면 10% 안팎의 내림세로 마감하게 된다.
올해 증시는 특히 상반기와 하반기의 흐름이 달랐다. 지난해 말 집행된 미국의 2차
양적완화 훈풍이 이어진 상반기, 코스피는 사상최고치를 경험했다. 2~3월 중동 민주화 투쟁과 이후까지 지속된 중국 긴축정책 집행은 투자심리를 부정적으로 이끌기도 했으나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 기업들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지수는 상승세를 탔다.
하반기를 덮친 것은 유럽·미국의 재정 리스크였다. 유로존 내 재정 건전성 논란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중심국으로 확산됐고,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초유의 사태도 목격했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는 연말 지표호조 등에 조금씩 완화되고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29일 시장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증시를 차분히 돌아보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로존 재정위기 이슈는 내년 초에도 여전히 최대 화두일 것인 만큼 제한된 박스권에서의 단기매매 기조는 좀 더 이어져야 할 것이라는 평가다.
간밤 뉴욕증시는 거래부진 속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1.14%, S&P500은 1.25%, 나스닥은 1.34% 내렸다. 이탈리아 6개월 만기 국채 입찰은 성공적이었으나 29일(현지시각) 있을 3년물·10년물 장기국채 발행에 대한 우려가 악재로 작용했다.
◆한범호·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2012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壬辰年)라고 한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함은 그 자체로 활력을 높인다. 상서로운 기운을 기대하는 희망의 기지개도 켜게 된다.
다만 자본시장의 제반 상황들은 달력의 날짜와 달리 단절되지 못한다. 올해 해결되지 못했던 불확실성 변수들에 대한 재점검부터 나서야 하는 것은 주식시장 참여자의 숙명이다. 유로존 리스크는 장기화 가능성이 여전한데 주변국 전이 가능성이나 신용등급 추가 강등을 점검해야 한다. 정책적 대응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2~4월에 집중된 유로존 국채 만기나 6월까지 예정된 유럽 금융기관들의 자본확충 과정의 잡음도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북한 이슈에도 주목이 필요할 것 같다. 후계 구도의 안정적 승계 여부와 북핵 관련 다자간 협상의 전개, 중국의 입장 등이 핵심 화두다. 차분한 마음가짐과 제한된 박스권 구도에서의 트레이딩 기조는 조금 더 이어져야 하겠다.
◆오승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차화정, 미국 신용등급, 그리스, 메르켈, 유럽중앙은행(ECB)' 올해를 풍미했던 단어들이다. 좋았던 기억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직 걷혀지지 않은 불확실성이 2012년을 조망하는 우리의 마음을 여전히 무겁게 하고 있다. 비관이 낙관을 압도하고 있지만, 모두가 비관으로 쏠리면 주가의 하단은 견고해지고 예고된 악재의 현실화는 오히려 좋은 기회를 제공해 왔던 점에 기대를 걸어 본다. 유연함과 역발상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해 보인다.
내년 1분기에는 예고된 악재들과 미국 경제지표 개선·중국 경기부양 기대가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1월에 유로존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 신용등급 강등은 유로존 문제의 또 다른 해법을 요구할 것이다. 신용등급 강등 이슈 이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실질적인 가동, 기 논의된 국제공조가 실행되면서 2~4월 이탈리아 국채 만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유로존 문제가 일시 봉합되면서 미국 경기회복 기대감과 중국 긴축완화 행보가 글로
벌 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제공해 줄 것이다.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1년 증시와의 작별을 하루 앞두고 있다. 쉽지 않은 한 해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2011년보다 나은 2012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지난 5월부터 증시 상단을 제한하던 문제들(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재정부실 및 경기둔화, 중국 부동산의 긴축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유럽은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라는 뼈아픈 과정을 견뎌야 하고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비 및 고용지표의 개선세는 일시적인 연말효과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중국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책기조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2012년 한 해를 놓고 보면 IT섹터(최선호)와 자동차섹터(차선호)를 주목한다. IT섹터
는 생산성 개선 환경에서 프리미엄을 받은 적이 많았고(2012년에는 모바일 컴퓨팅 환경의 대중화) 섹터별 비교시 IT 밸류에이션 매력이 가장 높으며, 과거 내수시장이 성장할 때 산업 성장률 측면에서 전기전자가 가장 높았던 점 등을 주목한다(2012년에는 아시아 성장). IT섹터 중에서 삼성전자, 하이닉스, 제일모직을 추천한다. 자동차 섹터는 2012년에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전망이지만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이 2005년 이후 평균대비 13% 할인 거래되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를 추천하며 자동차 부품 중에서는 만도를 추천한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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