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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올해를 달군 베스트셀러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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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book새通, 먹통 세상아 얘기 좀 하자

[BOOK]올해를 달군 베스트셀러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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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조선시대 문장가로 유명했던 항해 홍길주(1786~1841)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문장은 다만 독서에 있지 않고, 독서는 다만 책에 있지 않으며, 산천운물(山川雲物) 조수초목(鳥獸艸木) 사이와 자질구레한 사무에 이르기까지 모두 독서다.'

지난 2월 새 발걸음을 내디딘 아시아경제 북팀에게 올 한 해가 바로 그랬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책들을 읽고, 또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온몸으로 세상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2011년의 마지막 주를 맞아, 아시아경제 북팀이 '올해의 책' 5권을 골랐습니다. '소통'을 말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과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청춘'이라는 단어로 묶이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스티브 잡스', '닥치고 정치'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 책에 녹아든 '소통'과 '청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주>
▶관련기사: 본지 26일자 20면

책을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거다. 어떤 일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서 일수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일수도 있다. 아니면 책을 쓴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이력에 뭔가 한 줄 추가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다.


그런데 이 저자들은 조금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쓴 무라카미 하루키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펴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미국 와튼스쿨 교수가 그들이다. 이 두 사람은 독자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싶어서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들이 진실하게 '소통'하려 한다는 건 이들 책의 머리말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하루키는 '어디까지나 잡다한 심경'이란 제목을 단 머리글에서 이렇게 전한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나의 정신은 온갖 잡다한 것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잡다한 심경 같은 것을 조금이라도 느껴주신다면, 한 사람의 작가로서 그보다 큰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과연 하루키답다. 덤덤하게 자기 할 말을 이어가는 그다.


하루키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면 결과는 대성공인 듯싶다. 수상소감에서부터 잡지 등에 연재했던 글, 책을 번역하면서 썼던 소개글 등까지. 하루키의 잡다한 심경만큼이나 잡다한 글들은 그의 맘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그 가운데 비교적 짧은 글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1979년 군조신인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수상은 매우 기쁘지만, 형태가 있는 것에만 연연하고 싶지 않고 또한 그럴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적은 부분이나, 지인의 딸에게 보내는 결혼식 인사가 그렇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하루키보다 좀 더 적극적이다. 그는 '들어가는 글'에서 아예 독자와의 대화를 신청하고 나선다. '들어가는 글'에 있는 마지막 문단 내용이다. '천상 선생이라 그런지 이 책을 읽은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 너무 궁금하다. 내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고 싶다면 홈페이지 www.gettingmore.com에 들어와 글을 남기면 된다.' 이쯤 되고 보면 신청이 아니라 초대처럼 보인다.


그가 적어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초대에 응한 사람이 꽤 된다. 필리핀에 산다는 카트리나 아거스틴의 글이 눈에 띄었다. 카트리나는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서 봤다고 했다. 그는 책을 얼마간 읽다보니 꼭 한 권 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근처 서점을 모두 뒤졌지만, 지역 특성상 쉽게 책을 구할 수가 없었다. 카트리나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배운 대로 협상에 들어갔고, 마침내 책을 손에 넣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카트리나에게 이렇게 답했다. '책에서 배운 내용을 첫 번째로 활용한 게 바로 이 책을 얻기 위해서라니, 축하해요'라고 말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정말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놨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반가웠다. 말로만 들어온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책으로나마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게 말이다.


하루키의 책을 봤을 때는 특히 더 그랬다. 하루키의 책을 앞에 두고 있다는 것도 반가웠지만, 사실은 '잡문집'이란 이름 때문에 가슴이 더 두근거렸다. 가지각색의 글을 한 데서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한 해가 가기 전 혹은 하루키와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을 읽으며 '소통'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비채/ 1만4800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8.0/ 1만50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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