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2011년은 '멘토'의 활약이 눈에 띈 한 해였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고도 비만인 사람들이 3개월 동안 체중을 감량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그랬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철수와 김난도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멘토들이 출판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던 한 해였던 것이다. 이들의 등장을 뒷받침한 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였다는 게 출판계의 중론이다.
인터넷 서점인 인터파크도서(대표 서영규)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집계해 29일 발표한 '2011 베스트셀러와 출판계 결산'에 따르면,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박경철의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안철수의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등이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와 경제ㆍ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시대의 '멘토'로 불리는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담아 펴낸 책들이 올 한 해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교보문고 연도별 종합 베스트셀러를 분석해 지난 4월 '우리가 사랑한 300권의 책 이야기-베스트셀러 30년'을 펴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지난해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출판계를 휩쓸면서 '우리 시대의 진정성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흐름이 있었다"며 "올해는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던져졌던 이 '정의'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멘토'가 등장하면서 그들의 책이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이어 "기존의 정치권이 신뢰를 잃고 사람들이 글로벌 경쟁 사회에 대해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상황에서 이들 '멘토'의 등장이 출판계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며 "2011년 출판계를 주름잡은 키워드는 바로 '멘토'"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치학자인 마이클 샌델이 던진 '정의'를 한국 현실에 맞게 풀어낸 '멘토'들의 책이 올해 출판계를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멘토'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이 출판계에서 이만큼이나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건 모두 소셜미디어의 힘이었다는 게 한 소장의 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다.
20대의 '멘토'를 자청하고 나선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의 조언은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타고 널리 퍼져나갔다. 정치 담론을 담은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로 600만 명이 넘는 청취자를 끌어 모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책은 예약 판매만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기도 했다.
한 소장은 "상당한 내공을 갖춘 '멘토'들의 책이 올해 출판계를 장악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소셜미디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렇다 할 '멘토'가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김 교수와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의 이야기는 앞으로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출판계는 물론 사회 전반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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