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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볼 때마다 새롭게 자극을 주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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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볼 때마다 새롭게 자극을 주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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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계속 롱테이크로 가는데 이 여자가 과거에 아버지에게 어떤 일을 당했었는지 그 표정 변화만으로 다 드러나는 거예요.” 영화 <히어애프터>의 한 장면, 한 여자가 영매인 조지(맷 데이먼)에게 죽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미안해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설명하며 손예진은 마치 미국에서 그랜드캐니언이라도 보고 온 듯한 표정을 짓고 흥분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감정이 안 잡힐 때는 보통 테이크를 끊어서 가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쭉 가는 걸 보면서, 놀라웠죠.” 그리고 덧붙이는 한 마디. “아, 나도 저런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부러움,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욕심.

얼굴이 예쁜 여자배우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 연기를 잘하는 배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예쁜 얼굴만으로 빠르게 스타덤에 올랐던 배우가 20대가 가기 전, 누구도 시비할 수 없을만한 연기력을 미니시리즈의 16회 내내 새겨 넣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SBS <연애시대>의 은호를 연기하던 손예진이 한국 여배우의 지형도에서 도드라졌다면 그래서다. 이미 한 번의 이혼을 경험하고 사랑에 대해 마냥 설렐 수만은 없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스물다섯 예쁜 여배우의 등장. 그것은 일종의 놀라움이었고,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호평이든 혹평이든 보통 그 나이 여배우들에게 기대하는 것 이상의 기준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 이 배우가 흥미롭다면, 흔치않은 실력의 젊고 예쁜 스타 여배우라서만은 아니다. 자신에게 형성된 높은 기준을 받아들이고 그 다음 스텝을 어디에 놓아야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향상심이야말로 그가 지금까지 이뤄온 성과들보다 흥미로운 부분이다. “무언가를 표현하는데 있어 한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도태되고 싶지 않다면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게 중요해지죠. 그냥 변신을 위한 변신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로맨틱 코미디 <오싹한 연애>를 고른 이유도 마찬가지다. “<작업의 정석>,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로맨틱 코미디로는 세 번째 작품인데요, 앞선 두 작품이 좋았던 만큼 새로운 걸 해볼 수 있는 폭이 좁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오싹한 연애>는 호러 코드를 그 안에 녹여내며 새로운 재미를 보여줄 수 있겠더라고요.”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안에 어떤 진심이 느껴진다면 아마 연기에 대한 스스로의 욕심을 숨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인 자신에게 자극을 주는 작품으로 꼽은 다음의 작품들을 설명하며 드러냈던 그 부러움과 욕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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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볼 때마다 새롭게 자극을 주는 영화들

1.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년 | 로버트 저메키스

“굉장히 옛날에 봤었지만, 최근에 한 번 더 본 작품이에요. 아마 여태까지 4번 정도 봤을 거예요. 일단 톰 행크스라는 배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특히 이렇게 슬픈데도 웃음을 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해요. 페이소스라고 하죠. 찰리 채플린처럼 웃음 안에 슬픔이 배어있는.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DVD로도 가지고 있어요.”

아이큐가 75인 남자의 세상에 대한 성공. 사실 <포레스트 검프>는 그 설정, 그리고 히피로 살았던 여주인공 제니(로빈 라이트)와 베트남전 참전 영웅이 된 검프(톰 행크스)를 교차하는 방식에서 아메리칸드림의 환상이 짙게 깔린다. 하지만 조금은 불편한 정치적 함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검프의 사랑 이야기는 강한 울림을 준다.


손예진│볼 때마다 새롭게 자극을 주는 영화들

2. <인생은 아름다워> (Life Is Beautiful)
1997년 | 로베르토 베니니

“<포레스트 검프>를 추천할 때 말한 페이소스의 연장선상에서 역시 좋아하는 영화예요. 사실 내용을 뜯어보면 굉장히 슬픈 이야기잖아요.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강제 노역을 하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는 죽음을 맞고. 하지만 그 모든 걸 처음부터 끝까지 웃을 수 있는 분위기 안에서 풀어내는 게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전엔 몰랐는데 추천하다 보니 제가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네요.”


1999년 아카데미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남우주연상 수상자 로베르토 베니니였다. 외국 영화로서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은 이 남자는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그 해 최고의 코미디 <인생은 아름다워>를 남겼다. 친절한 내레이션으로 유쾌한 유태인 남자 귀도가 수용소에서 아들을 지키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작품에서 내레이션의 주인공이 귀도의 아들이란 게 밝히질 때의 뭉클함은 오래도록 남는다.


손예진│볼 때마다 새롭게 자극을 주는 영화들

3. <레옹> (Leon)
1994년 | 뤽 베송

“정말 길이길이 스타일리시한 영화죠. 그토록 옛날 영화인데 영상, 이야기, 음악 중 어느 하나 감동 아닌 게 없는 작품이에요. 그 유명한 화분 장면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아이디어를 얻잖아요. 화보 촬영이나 이런 거에서. 그런 영상 스타일에 레옹과 마틸다의 사랑 이야기는 정말 슬프고, 스팅의 노래까지 깔리니 정말 완벽하다고 할 수밖에 없어요.”


개봉 당시에는 살인청부업자 레옹의 액션에 방점을 찍어 홍보를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액션 영화인 줄만 알고 몰려들었다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과 스토리에 당황하고, 또 열광했던 작품이다. 살인청부업을 하지만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닌 레옹이 같은 건물에 사는 소녀 마틸다와 교감을 나누고 목숨을 바쳐 구하는 이야기는 그 어떤 액션 히어로의 활약보다 고결한 감동을 준다.


손예진│볼 때마다 새롭게 자극을 주는 영화들

4. <프라이스리스> (Priceless)
2006년 | 피에르 살바도리

“오드리 토투도 토투지만, 남자 주인공인 게드 엘마레의 코믹한 연기가 정말 일품인 작품이에요. 오드리 토투가 말하자면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로 나오는데 호텔 바텐더로 일하던 게드 엘마레가 어쩌다 그녀에게 거부 행세를 하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이 남자의 연기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웃겨요. 가령 홀 서빙을 하다 오드리 토투를 보자 빈 테이블에 앉아 손님인 척하는 연기가 있는데 그 리액션이 정말 언제 봐도 유쾌해요.”


뭘 해도 밉지 않은 오드리 토투와 미남은 아니지만 사랑스러운 느낌의 게드 엘마레의 매력을 십분 살린 로맨틱 코미디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여자가 부자는 아니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매력적 남성을 만난다는 이야기는 <하트 브레이커스> 같은 작품에서도 반복되는 좀 빤한 테마지만 손예진도 언급한 특유의 유쾌한 정서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눈을 붙잡는다.


손예진│볼 때마다 새롭게 자극을 주는 영화들

5. <피아니스트> (The Piano Teacher)
2001년 | 미카엘 하네케

“사실 이자벨 위페르라는 배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영화를 봤는데 보는 내내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겉보기에는 굉장히 냉정하고 냉소적일 거 같은데 연기가 연기처럼 느껴지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있죠. 정말 보는 내내 저 사람은 누굴까, 저 사람도 정상은 아니겠지 (웃음) 하는 생각으로 봤어요. 죽었다 깨어나도 저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연기. 같은 여배우로서는 충격이었어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동명 영화와는 다른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작품이다. 전자가 홀로코스트의 참상 속에서도 홀로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를 보여준다면, 후자는 격정적인 연주처럼 통제되지 않고 달려가는 사랑 혹은 욕망을 그린다. 이자벨 위페르가 냉정하지만 안에는 엄청난 욕망을 담은 피아노 교수로 등장해 천재성을 지닌 남학생과의 위험한 사랑, 그리고 집착을 연기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연기를 보고 충격을 받지 않기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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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볼 때마다 새롭게 자극을 주는 영화들

“연기가 인생의 전부였고 어떻게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고, 하고 나서 잘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던 거 같아요. 이십대에는.” 올해 삼십대의 첫 해를 보낸 손예진은 연기자로서 보낸 이십대의 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연기에 도움 안 되는 게 없고, 그래서 사람들의 감정과 심리가 끊임없이 궁금”했던 그녀였기에 단순히 캐릭터적인 연기가 아닌, <연애시대>의 은호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수진처럼 내면의 디테일을 채우는 연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오싹한 연애>의 여리에 대해 “신기가 있는 여자지만 관객들이 그 안에서 인간적 연민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실제 결과물이지만, 그 과정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그의 성장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래서 궁금하다. “때로 스스로를 너무 괴롭혀서 일을 즐기지 못했는데 이제는 좀 더 여유 있게 인간적으로도 배우로도 넓어지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 배우의 삼십대가. 욕심과 여유의 길항 안에서 보여줄 손예진의 연기적 발전이.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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