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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들 너도나도 '돈놀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4초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정부가 '긴축' 통화정책을 펴면서 중소기업들의 은행 대출창구 이용을 거의 막아버린 가운데 그 틈을 중국 기업들이 너도 나도 대부업에 뛰어들며 메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각해지자 신용도가 높은 상장기업이나 국유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신 대출을 받아 중소기업에 고리대를 놓는 '위탁대출(entrusted loan)'이 성행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9개월동안 기업들간의 위탁대출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5625억위안(약 879억달러) 늘어난 1조700억위안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은행 대출과 주식 및 채권 거래를 포함한 중국의 총 신용 규모는 9조8000억 위안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1조2600억위안 줄었다. '위탁대출'이 중국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분기 8%에서 2분기 11%, 3분기 18% 수준으로 급등중이다.


상장기업이나 국유기업들은 풍부한 현금을 연 3.5%의 예금금리를 받고 은행에 쌓아두는 것이 5.5%의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대부업에 나서는 것이다.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많고 이자도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일종의 '수익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대부업에 뛰어든 기업은 제약사에서 조선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싱가포르에 상장한 중국 조선사 양쯔장쉽빌딩은 지난 3분기에 벌어들인 전체 수입 가운데 30% 가량을 대부업에서 창출했다. 7~11월 동안 중국 상장기업 38곳이 52건의 위탁대출을 했다고 공시했고, 그 규모는 62억위안에 이른다. 기업들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 이자율은 최고 24.5%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기업들이 너도 나도 대부업을 수익성에 약(藥)이 된다고 판단하고 발을 들여놓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더 나빠져 중소기업들이 돈을 갚지 못하고 줄도산에 처할 경우 그 타격이 고스란히 돈을 빌려준 기업으로까지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OA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쿠이 중국 주식 담당 스트래티지스트는 "돈을 빌려간 기업들의 상황이 나빠질 경우 기업간 '위탁대출'은 예상보다 높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잘못 대부업에 뛰어들었다가 주가 하락을 경험한 일부 상장기업들은 이러한 위험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있는 저장성 제조업체 써니론탑(Sunny Loan Top)은 '위탁대출' 1억1000만위안(약 1739만달러)어치에 대해 지난 7월 상환 만기를 6개월 연장했다고 발표하면서 상하이주식시장에서 주가가 26% 급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시장조사기관 차이나스코프의 주차오핑 리서치 대표는 "투자자들은 상장 기업이 대부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라면서 "기업들의 대부업 진출 선언은 그 만큼 쌓아둔 현금이 많다는 긍정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다가는 이러한 현금의 활용이 주주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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