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가 중국 토종 제과업체 쉬푸지국제(徐福記國際集團) 인수를 해도 좋다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토종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해외기업의 인수제안을 달갑지 않게 여겼던 중국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8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네슬레가 쉬푸지국제 지분 60%를 17억달러에 인수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외국계 기업이 단행하는 대표적 대규모 중국 토종 기업 인수 사례가 됐다.
네슬레가 처음 쉬푸지 인수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7월. 네슬레는 중국인 입맛에 맞는 제품군으로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 과정에서 1만6000개 소매상점에 제품을 유통하고 있는 쉬푸지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쉬푸지 인수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5위로 뒤쳐진 제과업계 시장 점유율(1.6%)을 끌어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쉬푸지는 1992년 광둥성 둥관 지역에 설립된 회사로 업계 점유율 6.6%다. 싱가포르주식시장에 상장해 있는 회사의 시가총액은 35억싱가포르(약 27억달러)다.
WSJ은 이번에 중국 정부가 네슬레의 쉬푸지 인수를 승인한 것에 대해 중국기업 인수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네슬레의 쉬푸지 인수 승인은 KFC와 피자헛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얌브랜즈가 중국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레스토랑 체인 샤오페이양을 인수하기로 한 계획에 대해 중국 정부가 승인한지 한 달도 안 돼 나온 결과다. 6월 말에는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도 중국의 대표적 바이주(白酒)로 꼽히는 수정방(水井坊)을 인수해도 좋다는 중국측 승인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2009년만 해도 미국 코카콜라가 중국 음료시장의 42%를 장악하고 있던 중국 토종 음료기업 후이위안 인수를 추진했지만 중국 정부는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코카콜라의 후이위안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다.
글로벌 로펌 맥더모트 윌&에머리(McDermott Will&Emery)의 프랭크 쇼네벨드 파트너는 "중국은 다국적 기업들에게 자국 시장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로펌 노톤로즈(Norton Rose)의 마크 와하 파트너는 "중국의 반독점법은 이제 더 이상 보호무역정책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자국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에 대해 더 엄정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네슬레는 이번 쉬푸지 인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제과시장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네슬레가 이번 인수를 계기로 1위 제과업체 마스(점유율 12.9%)의 뒤를 바짝 잇는 2위업체로 변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중국의 제과류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중이다. 2005~2010년 동안 중국의 제과시장 연간 매출 증가율은 63%를 기록했다. 시장 규모는 92억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13억4000만명의 중국인이 먹어치운 캔디류 양만 해도 1370만t이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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