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늘리기 위한 '한미 미사일지침'개정이 올해도 무산됐다. 한미양국은 현재 300㎞로 제한하는 지침개정을 내년에도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관계자는 5일 "한미 양국은 1일 국방부에서 미사일 개정과 관련한 양국 실무회의를 개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내년 초에 후속회의를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01년 미국과의 ‘미사일 지침’을 처음 개정하면서 사거리 180㎞로 제한돼 있던 미사일 규격을 사거리 300㎞, 탄두 무게 500㎏로 늘린 후, 10년 넘게 이 규정을 지켜왔다.
정부는 올해 본격적으로 재개된 협상에서 북한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물론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적극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10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이미 1980년대에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스커드 미사일을 개발했으며 1998년, 2006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쳐 사거리 4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포동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정부는 특히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을 앞두고 미사일 사거리를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4일 "한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이 지난 10년간 2배 이상 늘어 이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면서 "한미간 현 미사일지침의 (개정문제에 관한) 실무차원 협의를 계속해왔으며 내년에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미사일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및 중동지역 국가들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해줄 경우 미국의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을 우려에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1000㎞는 사실상 중국의 베이징을 포괄하는 범위이기에 미국이 민감하게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며 “개정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합의된 한미 미사일지침은 한국이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탄두 중량이 500㎏을 넘게 되면 핵탄두를 개발할 수 있고, 사거리가 300㎞ 이상이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 미측은 이를 탄도미사일의 마지노선으로 정해 동맹국과 미사일 쌍무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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