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을 둘러싼 '신당 창당설'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작 본인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한나라당 몇명이 참여한다더라" "민주당에선 몇명이 가기로 했다더라"는 식의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고 있다.
1일 안철수 연구소가 회사차원의 사회공헌활동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기자들의 관심은 온통 안 원장의 정치 참여 여부에 쏠렸다. 본인이 입을 다물수록, 그리고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안철수 신당설'은 피와 살을 붙여 나가면서 구체화될 분위기다.
한나라당 핵심 중진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1998년 한나라당 집당탈당' 사태를 거론하며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24명이 탈당해 바로 다음날 당시 여당이었던 새천년국민회의로 입당했었다"며 "그때 한나라당이 24명의 영정사진을 만들어 국회에서 사진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열었었다"고 전했다. 안철수 신당이 가사화되면 한나라당에서 탈당러시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쇄신파 정두언 의원은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신당을 만들면 따라갈 사람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저 자신이야 전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지금 상황이라면 (따라갈 의원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중도를 표방하는 신당이 출범하게 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격이 되는' 인물을 자석처럼 끌어당길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수도권 쇄신파, 민주당에선 온건중도파가 대상이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돈다. 비공식 자리에서 신당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입당 조건이 까다롭지 않겠느냐"는 몇몇 의원들의 목소리는 이미 상당수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나라당의 서울지역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내가 (안 원장의 최측근인)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과 통하는게 있다. 박경철쪽에 있는 사람이 중도로 뭉치면 같이 어울릴 수 있느냐고 묻더라"며 정식으로 제의가 오면 고민해 볼 의사가 있음을 전했다.
또 다른 여권 핵심관계자는 "법륜스님이 이사장을 지내는 평화재단과 인연이 있는 인물들과 안 원장의 고향이 부산인 것을 감안하면 이 지역 인물들도 입당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非)호남권의 민주당 한 재선 의원도 기자와 만나 "민주당 의원들도 관심이 많다"며 "한나라당 영남 의원들은 (신당) 참여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민주당 호남 지역 의원들은 얼마든지 (신당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내년 2월 창당설이 유력하다고 점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철수 지지율이 50%를 넘었다는 것은 이제 국민들 사이에서 보편적 정서가 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만약 신당이 출범하면 수도권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신당에 어떤 새로운 인물이 합류하느냐가 관건이겠으나 50석 의석 확보가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안 원장이 직접 총선에 출마하거나 전면에 나서서 지원하는 경우에 그렇다"라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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