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울산이 골키퍼 김승규의 신들린 선방에 힘입어 포항을 물리치고 2011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울산은 2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2011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설기현의 결승골을 잘 지켜내며 포항을 1-0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울산은 오는 30일과 12월 4일,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정규리그 1위 전북과 챔피언 결정전 1,2차전을 치러 최종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내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권도 확정지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정규리그 6위 울산의 상승세는 무서웠다. 챔피언십에서 3위 서울과 4위 수원을 차례로 물리친 울산은 2위 포항마저 침몰시키며 올 시즌 최고의 이변을 연출했다.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며 체력적인 문제가 예상됐지만 울산은 골키퍼 김승규의 신들린 선방과 수비진의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단판 승부의 절대 강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4-2-3-1의 울산은 전방에 김신욱이 나서고 고슬기가 처진 스트라이커로 뒤를 받쳤다. 설기현과 박승일이 좌우날개에 서고 에스티벤과 이호가 중원을 책임졌다. 포백(4-back) 수비는 좌측부터 최재수, 이재성, 곽태휘, 이용이 자리했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울산은 연이은 경기 후유증으로 전반 초반 몸이 무거웠다. 전반 2분 만에 황진성에게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하며 위기를 넘겼다. 전반 6분 결정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이재성이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고무열을 걸어 넘어뜨리며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하지만 울산은 페널티킥 ‘히어로’ 김승규가 있었다. 김영광이 경고 누적으로 빠지고 올 시즌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김승규는 모따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김승규 ‘매직’은 한 번 더 이어졌다. 전반22분 곽태휘가 문전에서 김형일에 태클을 시도하다 파울을 범했다. 두 번째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김승규는 키커로 나선 황진성의 슈팅마저 막아내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두 차례 위기에서 벗어난 울산은 공격력이 차츰 살아기 시작했다. 전방과 측면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매끄러웠다. 전반 27분 김신욱이 미드필드에서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고슬기도 빠른 발을 이용해 포항 수비진을 괴롭혔다. 몇 차례 공격을 주고받으며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양 팀은 후반 들어 치열한 공방전을 계속했다.
울산은 후반 들어 박승일과 설기현의 측면 돌파로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체력적인 부담 탓인지 포항의 공세에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후반 초반 계속된 코너킥 찬스를 허용했다. 모따와 아사모아로 이어지는 포항의 화력에 고전했다. 포항은 고무열을 빼고 노병준을 투입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울산도 박승일을 빼고 루시오를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보탰다.
끌려가던 울산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 27분 최재수가 올린 코너킥을 설기현이 가슴으로 받았다. 몸싸움을 벌이던 모따가 설기현을 밀어 넘어뜨렸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설기현은 침착하게 왼쪽 골문 구석으로 공을 차 넣으며 득점을 성공시켰다.
선제골로 안정을 찾은 울산은 수비진의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짠물 축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포항이 슈바와 조찬호를 투입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울산은 막판까지 포항의 공세를 잘 차단하며 다시 한 번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한 달여 만에 공식 경기를 치른 포항은 무뎌진 실전 감각과 연이은 페널티킥 실축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패배를 자초했다. 선제골을 허용하며 마음이 다급해졌고 결국 울산의 상승세를 막지 못한 채 씁쓸하게 올 시즌을 마감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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