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유럽 재정위기가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소버린 쇼크를 거치며 타격을 입은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매매하지 않고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증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25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4768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8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8조205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33% 이상 감소한 셈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의 국가부채 문제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9월과 10월에 대비해서도 18%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 9월과 10월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6조4160억원, 6조7034억원이었다.
하루 거래대금이 올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한 날도 이틀이다. 지난 21일과 22일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4조180억원, 3조9459억원을 기록하며 올 들어 가장 부진했다. 이는 지난해 8월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관들의 몸 사리기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들의 매매비중이 20%를 넘은 거래일은 6~11거래일이었으나 이달에는 단 3거래일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거래대금이 크게 늘거나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일평균 거래대금이 고점대비 30%가량 줄어든 것은 투자주체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사실상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형민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팀 연구원은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부진하다는 것은 시장의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최근 유로존 리스크 확대 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관망세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대형주 중심의 거래가 부진한 반면 중소형 개별주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욱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1790~1970의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유동성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2년 동안 코스피 지수와 거래량을 감안하면 반등 초기국면에서 거래량 증가가 선행하므로 거래량과 거래대금 추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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