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①]다시보자 부동산시장
부동산 시장이 지각변동을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과열을 우려할 정도다.
청라지구에서 시작된 수도권 청약열풍이 송도에까지 이어져 열기를 더하고 있는 데다 지난 주 국토해양부가 '2020년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을 발표한 직후부터 경기도 시흥ㆍ하남ㆍ남양주ㆍ고양 등 수도권 땅값이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지적이기는 하지만 수도권 시장에서 투자심리가 어느 정도 회복됐고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메머드급 장기 개발계획 발표로 수면 위에 잠자고 있던 수백 조원의 부동자금이 서서히 시장으로 유입될 채비를 하고 있다.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위해 중개업소를 찾거나 재테크 방법이나 대상을 물색하기 위한 예비투자자의 반응도 뜨겁다.
정부도 한 몫 거들었다. 올 들어서도 꾸준히 재건축이나 미분양 규제를 풀고 세제 개편을 통해 투자자나 수요자들을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경기침체의 골은 아직 깊지만 지금 부동산 시장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잔뜩 몸을 웅크린 맹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김포, 시흥 등 경기 서부의 토지 거래를 전문으로하는 탑부동산 K사장의 휴대폰은 휴일에도 쉴새 없이 울렸다. 대부분은 거래가 가능한 개발제한구역의 토지나 개발 효과가 없어 방치된 나대지를 찾는 문의다.
K사장의 휴대폰 번호를 아는 단골고객들은 대부분 한 두번씩 땅 투자를 해본 경험자라 굳이 국토부가 밝힌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의 의미나 파장을 묻지는 않았다. 10년 넘게 이 일대 토지를 매매해 온 K사장은 "예감이 좋다"고 짧게 대답했다.
청약시장의 열기는 더 거세다. 지난 달 이후 서울 및 수도권에 나온 분양 물량 중 파주지역을 제외한 인천 청라지구, 의왕 등에서 모두 1순위 청약마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주말 청라, 송도국제업무지구 견본주택은 최근은 추세를 반영하듯 여전히 초만원 북새통을 이뤘다.
서랍속에 청약 통장을 묻어놨던 예비 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먼지 쌓인 통장을 들고 나섰다.
상가,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11일 상가뉴스레이다에 따르면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지난 1월에는 7598동(102만3000㎡)에 불과했지만 2월 9048동(141만6000㎡), 3월 1만3492동(209만㎡)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수익형 부동산의 거래량 증가는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해석된다.
금융 전문가들은 시장자금의 부동화에 따른 유동화 문제와 실물침체를 걱정하지만 단기부동자금의 급속한 유입으로 오히려 신버블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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