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국채 36.4억유로 발행..목표치 60억유로에 미달
독일도 국채쇼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독일 정부가 23일(현지시간) 실시한 국채 입찰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로존 부채위기가 결국 유로존 핵심국가인 독일까지 위협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날 독일 정부는 10년물 국채 60억유로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입찰 수요가 부진해 36억4000만유로어치만 발행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999년 유로 도입 이후 최악의 입찰 결과가 나왔다며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다고 설명했으며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유로존 부채위기가 독일 문턱에까지 도달했다고 전했다.
독일 국채에 대한 수요마저 둔화될 정도로 유로존 신용 경색이 심각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달러 대비 유로 가치가 올해 들어 최대폭으로 하락했고 유로·달러 환율은 단숨에 1.33달러대로 추락했다. 투자자들이 독일 국채 입찰 실패를 유로 위기로 인식한 것이다.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투자자들이 독일 국채에 대한 수요를 잃고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고되고 있지 않다"면서 "오늘의 입찰 결과를 과잉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시장관계자들도 독일 국채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점이 입찰 수요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애써 위안을 삼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다수 시장관계자들은 독일 국채 미달을 유로존 부채위기가 극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신호라고 간주했다. 에왈드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장 겸 유럽중앙은행(EUB) 집행이사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ICAP의 돈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은 단지 하나의 입찰에 불과하지만 시장에서는 부채위기가 유로존을 붕괴시키는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미국 은행 선임 트레이더도 "펀드와 고객들이 독일 국채를 포함해 유로 표시 자산에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면서 "유로존에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국채 입찰 실패로 유로본드 도입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도 높다. 주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로의 운명이 위기에 처했다며 공동 유로본드를 도입해 각국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대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채위기가 계속해서 확산되는 가운데 이와 같은 해법을 둘러싼 논란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벨기에가 지난달 초 합의한 덱시아 구제금융 방안을 이행할 수 없다며 프랑스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유로존 회원국 간 충돌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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