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세계 금융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 전력하는 가운데 스위스 양대 글로벌 은행 UBS와 크레디트스위스는 사업의 ‘근원’인 자산관리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달 들어 투자은행 부문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해 내실을 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월 파생상품 부문 트레이더의 무단거래로 손실을 입었던 UBS는 17일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투자은행 위험가중 자산 규모를 현재 3000억 스위스프랑의 절반으로 줄이고 인력도 감축하는 한편, 채권사업과 자산유동화 사업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도 1500명을 추가 감원하고 1100억 스위스프랑의 위험가중 자산을 줄이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FT는 두 은행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피해 정도도 달랐고 이후 금융규제 강화 등 시장환경 변화 속에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지금은 동일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금융시장 환경이 날로 위험해지자 수익성은 높지만 변동이 심한 투자은행 대신 더 안정적이고 꾸준하며 덜 자본 집약적인 자산관리·프라이빗 뱅킹 사업부문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BCG글로벌웰스리포트 공저자인 마티아스 노이만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프라이빗뱅킹과 자산관리는 언제나 두 은행의 핵심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은행권이 사업모델 변화 필요성에 직면한 가운데 두 은행은 JP모건·바클레이즈·도이체방크 등 라이벌 은행들에 비해 자산관리 부문에 더 강점을 갖고 있으며, 스위스 은행업계가 최근 미국 등의 역외탈세자 정보공개 요구 등으로 전통적 ‘비밀주의’가 퇴색되긴 했지만 여전히 신뢰할 만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자산관리 부문에서 올해 3분기 고객자산 7620억 스위스프랑을, UBS는 7200억 스위스프랑을 보유하고 있다. UBS는 미국 자산관리부문까지 합치면 1조3710억 스위스프랑(14억9000만달러)에 이르며,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의 합병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두 은행은 특히 부유층 중에서도 자산규모가 막대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은행과 거래하는 ‘슈퍼리치’들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자산관리 부문과 투자은행 부문 간의 유기적 업무공조를 통해 ‘슈퍼리치’ 고객들의 투자를 자연스럽게 자사 투자은행으로 유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규모는 작으나 자산은행·프라이빗뱅킹 부문의 강력한 라이벌인 픽테(Pictet)나 율리우스베어(Julius Baer)에 비해 유리한 점이기도 하다. 정체된 유럽 대신 훨씬 빠르게 성장하는 남미나 아시아 지역 시장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도 두 은행의 공통 전략이다.
스위스의 유명 펀드매니저인 비트 비트만은 “BS와 크레디트스위스는 인프라와 브랜드가치에 힘입어 시장 포지셔닝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결정은 유망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