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김승미 기자]민주당은 23일 오후 중앙위원회를 열고 야권통합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선 야권통합 전당대회 전 단독전대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다음달 17일 '원샷 전대'를 개최하는 주장이 맞섰다.
조경태 의원은 "어제 한미FTA 강행처리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이고 통합도 당헌1조를 무시한 만큼 위헌"이라며 "정치공학적 지분나누기를 하는 손학규 대표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장세환 의원은 "민주당을 죽이는 이런 통합은 절대 안된다"면서 "국민경선원칙으로 새로 참여하는 세력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조항이 지분나누기"라고 지적했다. 유선호 의원은 "전국대의원대회의 의결이 없이 어떻게 통합추인 방식을 말할 수 있느냐"면서 "오전에 민주당 전대를 하고, 오후에 통합전대를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어도 차선인 만큼 차선을 선택하자"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현재 진행되는 세력간 통합은 정당한 절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설합당이나 흡수합당만이 신설정당이 가능하다"며 "세력이나 개인은 입당이나 복당 대상인 만큼 정당법에 따라 합당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끼리를 해체해서 개구리 먹이로 줄 수 없다"며 규모가 큰 민주당과 혁신과통합 등 세력간 통합이 불공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법률팀 변호사가 "정당법 19조에 따르면 합당추진 과정은 대의원대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정리하자 욕설과 고성이 터져나왔다. 한 지역위원장은 "손학규 앞잡이냐"며 욕설하다 회의장에서 퇴장당하기도 했다.
반면 문학진 의원은 "야권통합은 국민적 요구"라며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등 소통합처럼 지분나누기식으로 안되고, 완전 개방형 국민참여 경선을 하자"고 말했다. 이상호 청년위원장도 "민주당 지도부가 먼저 뽑히면 문호가 개방되도 젊은 당원이 안들어온다"며 "50~60대로 늙을 것이냐"며 조건없는 원샷통합전대를 요구했다.
이날 중앙위회의는 초반부터 회의장 곳곳에서 마찰이 벌어졌다. 총 424명 중 24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는 시작부터 욕설이 나오면서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손학규 대표가 인사말을 시작하자 참석자 중 한명이 "손학규 나쁜X 물러가라"고 외쳐 발언이 중단된 것. 손 대표는 "한미FTA 비준을 막아내지 못한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는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 목표 앞에서 야권통합은 시대적 요구이며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제 국민의 명령에 화합할 때가 왔다. 중앙위원을 모시고 민주당의 갈 길을 묻고 좋은 의견과 현명한 선택을 맞이한다"고 말했다.
회의장 밖에서도 고성이 난무했다. 40대 당원은 앞줄에 앉아있는 손학규 대표에게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고, 이를 제지하는 당직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앞서 상임고문단은 당사 앞에 의경이 배치된 것을 놓고 당직자에게 강력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사진을 찍는 당직자의 휴대폰을 뺏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편, 단독전대파들은 이날 열린 중앙위가 당헌위반이라는 유인물을 배포하며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은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지 않고 통합 논의를 위한 중앙위를 소집하는 것은 당헌위반으로 무효"라며 "중앙위가 야권통합 추진결과에 대한 승인권한을 당무위에 재임하는 것은 당헌위반으로 안건채택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전통성을 실종시키는 손학규식 통합에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단독전대 뒤 통합을 추진하자고 덧붙였다.
이현주 대구북구갑지역위원장은 "야권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야합해 민주당을 소멸시키려는 음모"라며 "당 지도부는 당원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이경태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당 지도부의 빠른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신기남 상임고문은 이날 "통합일정과 방식에 대한 협상권한을 최고위에 일임하고, 협상 결과에 대한 승인여부를 중앙위를 재소집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지연진 기자 gyj@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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