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답답한 90분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야심차게 꺼내든 '플랜B'는 무기력한 모습만 드러낸 채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5일 오후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동의 다크호스' 레바논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5차전서 시종 무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1-2로 완패했다. 한국은 알 사디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구자철의 페널티킥으로 균형을 맞췄지만 아트위에게 또다시 페널티킥 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로써 이날 이기거나 비겨도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한국은 승점을 챙기지 못해 최종예선 티켓 획득을 다음으로 미뤘다. 한국과 레바논은 똑같이 3승1무1패(승점10)를 기록했지만 한국이 골득실(+8)에서 레바논(-2)을 앞서 B조 선두는 간신히 지켰다.
내년 2월29일 쿠웨이트와 마지막 6차전을 남겨 놓고 있는 한국은 이날 밤 11시30분 홈 5차전을 치르는 쿠웨이트가 UAE에 패할 경우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다.
조광래 감독은 주전들의 부상과 박주영의 경고 누적 등으로 '플랜B'를 가동했다. 이근호를 원톱에, 이승기와 서정진을 좌우 날개로 선발 출전시켰다. 섀도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손흥민을, 구자철-홍정호에겐 '더블 볼란테'를 맡겼다. 포백(4-back) 수비는 왼쪽부터 이용래-이정수-곽태휘-차두리가 서고 골키퍼는 정성룡이 맡았다.
한국(FIFA랭킹 31위)은 지난 9월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서 6-0 완승을 거뒀던 레바논(FIFA랭킹 146위)을 상대로 90분 내내 맥빠진 경기력으로 축구팬들에게 답답함을 안겼다. 물 먹은 솜마냥 무거운 움직임 속에 셀 수없이 많은 패스 미스가 이어졌고 크로스의 정확도는 무디기만 했다. 전방으로 가는 킬패스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화력은 덩달아 실종됐다.
초반부터 힘있게 몰아붙인 레바논에 당황하던 한국은 전반 4분 만에 실점했다. 레바논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찌른 프리킥을 문전 공격수가 방향을 바꿔 슛을 날렸고 이 공이 수비수를 맞고 나왔다. 그러나 골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알 사디가 재차 오른발슛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그러나 전반 18분 프리킥 기회에서 천금같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구자철이 올린 프리킥을 문전의 이근호가 헤딩으로 연결하려던 순간 상대 수비수가 오버헤드킥으로 이근호의 안면을 강타한 것. 구자철은 전반 20분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분위기를 잇지 못하고 잇딴 패스미스로 스스로 흐름을 끊었고 상대 압박수비에 공 줄 곳을 찾지 못해 허둥댔다. 결국 또다시 레바논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 31분 구자철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드리블하던 상대 선수를 오른발로 가격, 페널티킥 기회를 내줬고 레바논의 아트위가 이를 왼쪽 골 구석으로 강하게 찔러 다시 한국을 앞질러갔다.
후반들어 조광래 감독은 손흥민과 서정진을 빼고 지동원과 남태희를 교체투입했다. 하지만 교체투입의 효과는 별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보다 더욱 스피드가 떨어지고 조직력과 수비 집중력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후반 20분엔 아트위의 코너킥 상황서 실점이나 다름없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코너킥 때 한국 수비수 뒤로 돌아 나오는 상대 공격수를 놓친 것. 다행히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실점은 면했다.
한국은 후반 23분 이승기와 후반 41분 구자철이 회심의 중거리포를 쏘았지만 왼쪽 골대를 비켜가며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결국 한국은 최종예선행을 결정짓겠다는 레바논전서 1패 이상의 굴욕을 맛봐야했다.
한편 대표팀은 레바논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베이루트 국제공항으로 이동해 두바이를 거쳐 16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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