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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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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촌스럽다고?...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스킨 헤드, 동그란 뿔테 안경, 검은색 재킷, 메탈 장신구는 이상봉의 스타일이다. 누구라도 길에서 그를 마주친다면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다. 산업과 예술을 조화시킨 패션을 선보이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이상봉 디자이너를 만났다. ‘한글 패션’으로 세계인을 매혹시킨 배경, 찻잔부터 아파트까지 다양한 콜레보레이션 작업이 갖는 의미를 들었다.

디자이너?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 세계 여러나라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컬렉션으로 이국적 공간을 연출하는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이상봉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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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은 단호하게 얘기했다. 1985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옷을 만들기 시작한 그 때부터 지금까지, 게을렀던 적은 없었다고. 만족도 없었다. 그런 그가 지금처럼 주목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한글 캘리그라프(Calligraphy, 손으로 그린 그림 문자)를 패션에 접목시키면서부터다.

2006년 한국 프랑스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 패션쇼에서 한글 디자인을 선보였다. 옷 위에 드러내놓고 한글을 보여주는 게 너무 직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주저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작업이 진행될수록 오기가 발동했다. “한글은 촌스럽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바람에 날리듯 옷 속에 녹여내고 싶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글의 존재를 몰랐던 외국인들은 아름답고 신비하다는 찬사를 보내왔다. 한글 덕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은 내가 아닌가 싶다.”


걸그룹 멤버들이 무대 의상으로 이상봉에게 디자인을 요청해오고 줄리엣 비노쉬, 레이디 가가처럼 해외 유명 스타들이 이상봉 의상을 즐겨입는다. 25년째 이상봉 의상 을 즐겨 입는 단골 고객도 있다. 누구라도 그의 팬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머물러 있는 것은 패션이 아니다. 항상 새로운 진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디자이너다. 흐르는 물, 신선한 바람같은 그런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이 그의 폭넓은 디자인 세계를 가능하게 해준다.


디자이너?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 이상봉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상을 입은 김연아 선수. 한폭의 산수화처럼 산과 계곡이 표현된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디자이너?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



-TV 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패션 쇼 무대에 세우고,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의상을 디자인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다. 디자이너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지방 작은 마을 노인도 날 알아보신다. 다양한 삶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일, 그게 내가 생각하는 디자이너다.


패션을 처음 시작했던 26년 전과 지금, 어떤 것이 변했는가?
▲ 이상봉 브랜드 명함을 쓰는 직원이 100여명 넘는다. 백화점, 협력사 직원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이가 나의 동반자다. 책임감이 크다. 나와 일하는 이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해외 시장 진출이 가장 크고 의미있는 변화다.


트렌드를 수입하던 나라에서 트렌드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는 뜻으로 느껴진다. 해외 진출도 10년이 넘었다. 만족스런 성과를 내고 있는가?
▲ 런던에서 패션쇼를 준비중이었다. 쇼 임박해서 IMF가 닥쳤고 환율을 감당할 수 없어 쇼를 포기했다. 물러설 수 없었다. 준비한 옷을 보따리에 담고 옷을 팔러 파리로 갔다.

디자이너?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


이상봉이라는 디자이너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옷이 팔릴 것이라 기대했었나?
▲ 독일 바이어에게 1000벌을 팔았다. 다른 나라 바이어들도 내 디자인을 샀다. 작은 시작이지만 엄청난 용기를 얻었다. 두려움보다는 도전이 나를 더 움직이게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해외에서의 호평받는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다. 국내 패션계를 보면 해외 명품에 밀려 토종브랜드가 죽어간다는 걱정을 한다. ‘명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가?
▲ 서양은 생긴 지 2백년 넘는 브랜드가 여전히 건재한 곳이다. 오랜 시간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브랜드야말로 명품이다. 우리는 오래된 과거를 보존하고 현재까지 유지시키는 일은 상당부분 실패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글로벌화 된 세상에서 그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감성이 있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새로운 명품이다.


최근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아들과 함께 위스키 병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패션계에서 화제가 됐었다. 딸도 패션 공부 후 이상봉 브랜드를 위해 일한다고 들었다. 자녀와 함께 일하는 소감이 특별할 것 같다.
▲ 언제나 나만을 위해 뛰어온 것 같다. 가족들의 희생과 많은 이들의 인내 덕분에 내가 있는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이 잘 자랐다. 이상봉의 아들 딸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서도 당당하게 됐다. 가족이 있어 외롭지 않다.


패션 디자이너는 창의적인 직업이다. 자녀 교육법이 남달랐을 것 같다
▲ 영문 이름 쓸 때 ‘이’를 LEE가 아닌 ‘LIE’로 쓴다. 다르고 싶어서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다르게 살라’고 얘기했다. 다행히 틀리게가 아니라 본인 방식으로 올바르게 다르게여야한다. 아들은 얼마 전까지만해도 이상봉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싫어했다. 실력보다 운으로 디자이너가 됐다는 얘기가 듣기 싫었던 것 같다. 나는 아들의 생각을 존중했다. 그런 생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봤었다.


주요 백화점에 이상봉 브랜드가 입점되어있다. 평소 당신의 행보는 진취적이다. 그러나 실제 의상을 소비하는 주 고객층은 연령대가 높은 편인 것 같다. 추구하는 디자인과 소비되는 디자인 사이의 거리감은 이해하기 어렵다.
▲ 내 고객은 20대부터 50대 이상, 폭넓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소녀시대, 카라 등 걸 그이 뮤직비디오 의상으로 내 디자인을 선택한다. 올 초에는 24년 전 구입한 옷을 가져와 수선을 부탁한 고객이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와 공감하는 디자인은 내 장점이기도하다.


휴대폰, 위스키, 담배, 커피잔, 아파트... 다양한 분야에서 당신의 이름을 건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었다. 이런 다양한 교류를 즐기는가?
▲ 정지된 것이 싫다. 새로운 것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시대가 원하고 추구하는 것을 제시해야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생각을 나누고 이어주는 것이 가치있는 디자인이다.


꿈이 무엇인가?
▲ 디자이너가 사라지면 없어지는 브랜드가 아닌, 후대까지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 지금보다 더 많은 나라에 내 디자인을 알리는 것.


디자이너?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 단청에서 영감을 받은 2012 S/S 컬렉션 드레스.







박지선 기자 sun072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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