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2주에서 길게는 6주까지. 저만의 노하우로 숙성된 고기의 맛을 느껴보라. 한우를 먹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고기의 맛, 감칠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소고기의 등급은 근육 내 지방 양에 따라 결정 된다. 고기 중 최상급은 1등급 투 플러스(1++)다. 이러한 등급의 고기는 불이나 열에 닿으면 지방층이 녹아 고기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더한다. 보통 이러한 지방층을 ‘마블링’이라 부르고 꽃처럼 피어있다 해서 ‘꽃등심’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고기의 맛은 지방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감칠맛은 ‘붉은 고기’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한우는 ‘한국의 재래 소’다. 본래 한국의 소는 일하는 소이기 때문에 먹기 위한 사육보다는 농가의 일손을 돕는 것으로 했다. 근대에 와서 그 품질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사육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애초에 고기를 즐기는 방식이 서양과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고기가 얇으면서도 지방이 많이 끼어서 연한 꽃등심을 최고로 친다. 이것은 숙성육보다는 생고기에 가깝다. 하지만 진정한 고기의 맛이란 생고기보다는 숙성육에서, 레어(rare)보다는 웰던(welldone)으로 조리된 고기를 먹었을 때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기존에 한우를 먹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붉은 고기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숙성과정이 필수다. 갓 잡은 싱싱한 고기는 근육이 수축해 딱딱해지기 때문에 일정 시간을 두고 근육섬유가 끓어지는 사후경직이 풀리는 과정을 지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식감뿐만이 아니라 맛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내게 된다.
본래 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아무런 맛이 없다. 하지만 숙성 과정에서 단백질이 분해되면 이것이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변한다. 고기에서 느끼는 감칠맛은 바로 이 아미노산이다.
서양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보통 숙성육을 사용하는데, 자체 숙성실을 갖추어야 하니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고기 본연의 맛을 위해 요리사나 손님 모두가 그 가치에 대가를 치르곤 한다.
필자도 미국이나 호주의 많은 레스토랑들에서 이러한 숙성의 노하우를 알아보기 위한 경험을 했었는데, 실제로 집집마다 다양한 숙성 노하우들이 있었다. 숙성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도축 한 다음의 온도 관리다. 때문에 냉동차와 냉장 숙성고에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진다.
소고기뿐만이 아니라 돼지고기나 양고기도 마찬가지로 숙성이 가능하다. 대게 3주가량 고기를 숙성해서 사용하는데 최장 6주까지도 숙성시키는 곳도 있다. 이쯤 되면 고기가 상해서 먹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바로 여기에 노하우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스테이크집 셰프는 내게 “고기는 썩기 직전이 가장 맛있다”며 썩기 직전의 소고기를 맛보여 준적이 있다. 그때 느꼈던 소고기 특유의 감칠맛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보통 고기의 감칠맛은 2주 정도 숙성했을 때 깊어진다. 잘 숙성된 고기의 감칠맛을 맛보면 우리보다 오래전부터 육식을 해오던 서구인들이 마블링보다는 고기 자체의 맛에 더 신경 쓰는 이유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소고기, 김치, 와인이나 소주도 이러한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훨씬 더 좋은 맛을 찾아 가지 않던가.
우리의 한식은 단순함과 복잡함의 미묘한 조화로 탄생하는 ‘균형’의 맛이다. 이제는 더 많은 이들이 생고기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숙성의 맛을, 진정한 고기의 맛을 느껴보길 권한다.
글_ 토니 유
토니 유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쿠아 레스토랑' 등을 거쳐 현재 청담동 한식 레스토랑 'D6'에서 총괄 셰프를 지내고 현재 자신의 레스토랑을 준비 중이다. 2011 농림수산식품부 ‘미(米)라클 프로젝트 멘토 셰프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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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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