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본입찰 참여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이닉스엔 호재, SK텔레콤엔 단기 악재'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다만 증시 반응은 이외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다. 11일 오전 SK텔레콤은 장 초반 2.41% 급락했다 낙폭을 줄이더니 10시45분 현재는 3.1%까지 오르며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하이닉스는 10년만의 주인찾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3.95%까지 올랐다 2%대로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긴 토론을 거친 끝에 하이닉스 인수 입찰 단독참여를 결정했다. 오너인 최태원·재원 형제에 대한 검찰수사 등 대내외적으로 복잡한 상황이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신사업 진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평가는 대체로 냉정한 편이다. SK텔레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현금창출 능력을 고려할 때 하이닉스 인수에는 무리가 없지만, 향후 고정적으로 들어갈 천문학적 투자비가 부담스럽고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도 불투명해 단기적으론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강지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성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SK텔레콤의 장점인 안정성과 경기방어적 비지니스, 예측 가능한 수익성 등이 훼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UBS증권은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린 것인지, 외부적인 고려는 없었는지 여러가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SK텔레콤과 하이닉스의 시너지가 도출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보다 직설적인 어조로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부정적 평가가 많긴 하지만 반론도 있다. SK텔레콤의 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이미 대부분 반영됐다는 논리다. 최지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 주가의 단기 약세가 예상되지만 하이닉스 인수건은 현 주가에 대부분 반영돼 추가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인수가 완료되면 불확실성 해소로 오히려 주가의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과 달리 하이닉스에 대해선 긍정론 일색이다. 10년만의 새주인 찾기가 성공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돼 주가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신현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하이닉스 주가에 대한 최대 리스크였고 회사의 자체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외부 환경요소 였던 오너십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업황 턴어라운드와 매각절차가 완료되는 내년 1분기 이후 상승 모멘텀이 강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하이닉스의 현 주가는 역사적 하단부에 걸려 있으며, 10년 동안 주인찾기로 할인율을 적용받은 것을 감안하면 주인찾기 완료 후 주가는 재평가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동통신과 메모리 업체간 결합은 시너지가 적을 수도 있지만 하이닉스는 자금여력이 풍부한 주인을 찾았고 SK텔레콤은 글로벌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해 중장기 성장성은 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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