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판 페르시를 선발에서 제외한 건 실패한 도박이었다."
박주영(아스널)은 생애 첫 '꿈의 무대' 데뷔전서 전격적으로 선발 출전했다.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로빈 판 페르시는 교체멤버로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공격포인트 0, 슈팅수 0. 경기 결과 역시 실망스러운 0-0 무승부.
영국 언론은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 자신의 판단 실수를 스스로 인정했다고 표현했다. 박주영의 선발 출전는 결국 '실패한 카드'라는 걸 공인한 셈이다.
아스널은 2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F조 4차전서 마르세유(프랑스)와 득점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박주영이 예상을 뒤엎고 선발출전해 62분을 뛰었지만 슈팅 하나 없이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스널은 2승2무(승점 8)로 조 선두를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영국 골닷컴은 '벵거 감독이 판 페르시를 선발로 내세우지 않은 건 실패한 도박이었다고 인정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판 페르시는 이날 부진한 박주영을 대신해 후반 출전했다. 벵거 감독이 지난 첼시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판 페르시의 체력 안배를 위해 쉬게 했는데 결국 성공하지 못한 도박이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벵거 감독은 '왜 판 페르시를 선발로 내세우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난 주말 첼시전을 끝내고 무척 지쳐 있었다. 그래서 이날 경기에선 처음엔 쉬게하고 나중에 교체 출전시킬 계획을 세웠다. 그가 골을 넣었다면 성공적인 작전이 되었겠지만, 판 페르시 역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벵거 감독은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론 램지가 두 차례, 판 페르시가 한 번 정도 매우 좋은 득점 찬스를 얻었지만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며 "하지만 수비는 만족스러웠다"고 평했다.
박주영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판 페르시의 교체출전을 '실패한 도박'이라고 표현한 이면에는 판 페르시의 대체요원인 박주영의 선발을 '실패한 카드'로 인정하는 뉘앙스가 다분히 녹아 있다.
박주영은 스카이스포츠와 골닷컴에서 매긴 평점에서도 팀내 최저인 5점을 받았다. 박주영을 '경기 최악의 선수'로 꼽은 골닷컴은 "페이스도 떨어지고 발도 무거워보였다. 판 페르시의 대체선수로 자리잡으려면 좀 더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서 벵거 감독과 국내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긴 박주영이 주말 웨스트브로미치와 프리미어리그서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관심이다. 박주영은 주말 리그를 마친 후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11일 UAE전, 15일 레바논전)을 위해 UAE서 조광래호에 합류한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