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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환율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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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원자재를 수입해 국내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A업체는 지난 3분기 갑자기 오른 환율로 인해 2000만원 정도 환차손을 입었다. 4분기 전망치는 더 안 좋다. 계약기준 환율이 1080원인 관계로 현재 수준의 환율이 지속될 경우 환차손만 2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최근 급격히 오른 환율 때문에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환율이 오른 만큼 원·부자재를 구매하는 데 부담이 커진데다, 인상분을 즉시 납품가에 반영할 수 없어 손해를 감내하고 거래를 이어가는 곳도 상당수다. 특히 '키코(KIKO)'사태를 겪으며 환헤지 파생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수단이 없는 점도 시급한 문제로 나타났다.

1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375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업체 10곳 가운데 4곳 이상은 환율상승이 채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본 곳은 13% 정도에 불과했다.


환율이 오른 만큼 원화가치가 떨어져 국내 제품이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는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의 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구매부담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85% 이상 기업이 원부자재 구매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환율상승이 기업경영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우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적절한 대응수단도 없어 환율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할 경우 달러로 결제하지만 다시 국내에 판매할 때는 원화로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앙회 김한수 국제통상실장은 "중소기업이 원자재, 부자재를 구매하거나 납품할 때 시장지배력을 갖지 못해 가격이 오른 만큼 납품가를 즉시 인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기업간 거래에 치중하는 만큼 당장의 환율변동으로 생산·수급량을 조절하기 힘든 점도 문제다. 석유화학원료를 수입해 중소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B사는 최근 환율인상을 반영해 납품가 10% 인상을 요구했다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중소 제조업체 역시 대기업에 인상분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 즉각 올려주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B사 관계자는 "현재 수준 납품가라면 손해가 크지만 그렇다고 거래처를 잃을 순 없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수입업계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한국수입업협회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입업체 가운데 34% 정도는 이미 적자상태며 45% 도 곧 적자를 낼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이처럼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응할 만한 적절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들은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큰 이익을 보고 떨어져도 내부적으로 대응할 방편을 갖췄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입업협회 박철홍 연구조사팀장은 "환율변동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중소업계와 대기업, 정부가 함께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긴급할당관세 적용, 대금결제일 연장 등 정부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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