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밴드> 마지막회 KBS2 밤 10시 10분
최종 우승자 발표를 앞두고, 톡식의 김슬옹은 “지금까지의 경험이 1억 원 이상의 가치”라고 소감을 밝혔다. 뮤지션의 인지도에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그의 말은 <톱밴드>에 출연한 수많은 밴드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젊은 밴드들은 자신도 알지 못했던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받았으며, 이미 앨범을 발표했던 밴드들은 마케팅의 열악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결승까지 진출한 밴드는 더 많이 방송에 노출될 수 있는 혜택을 구했고, 경연에서 패한 팀들은 그 사실을 안타까워할 수 있는 팬들의 애정을 얻었다. 그러므로 <톱밴드>는 적어도 예선을 통과한 밴드들에게만큼은 경연을 떠나 음악을 지속할 수 있는 응원을 보낸 것이며, 나아가 방송을 통해 밴드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시청자들의 수만큼 이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성 조성에 힘을 보텐 셈이다.
그러나 목표는 전체를 향한 애정이되, 방송은 결국 단 하나의 팀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수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음악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취향들이 모두 존중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가창력과 드라마라는 명징한 우승자의 조건이 검증된 1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팀으로서의 색깔과 지향점을 완성한 채 참가하는 밴드 오디션에서 이것은 분명 간과할 수 없는 논란의 요소다. 그런 점에서 “후배들이 21세기가 됐는데도 20세기 록음악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두 팀의 무대를 보면서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됐다”는 특별 심사위원 배철수의 심사평은 <톱밴드>를 위한 변명이자, 가장 중요한 충고다. 시청자들은 최고로 잘하는 밴드보다 최고로 놀라운 밴드에게 표를 던졌으며, 이것은 곧 시청자들이 <톱밴드>를 통해 궁극적으로 발견하고 싶은 것은 록음악에 대한 학습이나 열악한 시장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 새로운 흥미라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시청자 중 상당수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보다 앞질러 세상의 수많은 음악들을 섭렵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러니 <톱밴드>의 다음 시즌은 보다 과감하고 용감해도 좋겠다. 델리스파이스와 같은 밴드를 초대해서 겨우 그들의 첫 번째 히트송을 부르게 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눈높이를 낮출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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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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