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K리그 16골 15도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골 맹활약. 그리고 1년 3개월 만의 대표팀 복귀.
돌아온 ‘라이언 킹’ 이동국(전북)은 최근 축구계의 화두다. 화제의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고 ‘화려한 부활’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이동국은 분명 변했다. 문전에서 골을 주워 먹는 공격수라는 비난을 뒤엎고 어느덧 찬스를 만드는 존재로 비상했다. 전방에서 움직임도 좋아졌고 골 결정력도 날카로워졌다. 소속팀은 그의 활약에 리그 선두를 달렸고 아시아 정상의 팀으로 한 발 다가섰다.
그를 평가절하 하던 시선도 바뀌었다. “내가 생각하는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며 대표팀 소집에서 줄곧 이동국을 외면했던 조광래 감독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이동국이 많이 노력했다. 사정거리에서 움직임도 좋다. K리그에서 따라올 수 없는 기량을 가졌다”며 찬사를 보냈다.
대표팀 후배들도 이동국의 등장을 반겼다. 지동원(선덜랜드)은 “이동국은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좋은 선수다”라며 말을 아꼈다. 기성용(셀틱)은 “이동국은 골 결정력이 좋고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며 “미드필드에서 찬스를 만들어 도움을 주겠다”고 힘을 보탰다. ‘캡틴’ 박주영(아스널)도 “이동국은 골 결정력과 패스, 문전에서의 움직임이 좋다”며 “이동국과 함께 경기하게 돼 반갑다”고 신뢰를 보냈다.
결전의 날이 왔다. 지난 7일 폴란드와의 평가전은 이동국을 위한 ‘맞춤 전술’의 시험무대였다. 공격진은 이동국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기 위한 진용으로 갖춰졌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동국은 전방에 고립됐다. 그를 향한 패스는 번번이 차단됐고 수비에 막혀 움직임도 자유롭지 못했다. 아쉬운 헤딩슛 한 방을 남긴 채 이동국은 45분간의 대표팀 복귀전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나왔다.
논란이 불거졌다. 이동국이 기량을 보이기에는 출전 시간이 짧았다는 지적과 그는 대표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난이 엇갈렸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폴란드전 전반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안 좋았다. 이동국이 좋은 활약을 펼치기에는 어려운 경기였다”며 “이동국은 출전 시간을 좀 더 보장받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광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조 감독은 “찬스가 왔을 때 골을 넣어야 좋은 선수다. 박주영도 많이 우려했지만 기량이 올라오면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며 “누구도 특별한 예외는 없다. 팀플레이에 적응하고 팀을 위해 뛰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동국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왔다.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3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위상은 많이 약해졌다. 조광래 감독은 선발 명단에 이동국을 대신해 떠오르는 ‘신예’ 서정진(전북)의 이름을 올렸다.
조 감독은 “이동국은 대표팀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선배로서 분위기를 잘 이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 해주고 있다”면서도 “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UAE전에서는 후반 좋은 타이밍에 투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동국이 현재 대표팀의 최대 관심사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의 기량과 스타일은 차치하더라도 대표팀에 소속된 이상 그 안의 법과 질서를 따르는 게 맞다. 짧은 출전 시간이지만 자신의 존재를 실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상황이 여의치만은 않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아져만 간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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