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현행법 위반 제기
[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와 경호시설 부지 매입을 둘러싼 의혹들이 정치 쟁점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1일 내곡동 사저 부지에 대한 현장실사를 벌였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저 논란이 발생한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쟁점은 현행법 위반 여부다. 이 대통령의 사저 부지는 아들 시형(33)씨 명의로 구입했다. 11억2000만원 가운데 기존의 논현동 사저를 담보로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6억원, 친인척으로부터 5억2000만원을 빌렸다. 법률상 시형씨의 소유가 된다. 납부해야 할 이자만 매달 250만원 이상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부부가 실제 소유하기 위해 추후 시형씨로부터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 실명으로 매입할 경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판단해 아들 명의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는 명의신탁으로 부동산실명제법 제3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취득세와 등록세 등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해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부모의 집을 담보로 아들이 대출을 받아 땅을 사고 이자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시중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전형적인 증여세 회피 수단"이라고 말했다.
투자 대비 지분율도 의혹의 대상이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시형씨가 투자한 금액은 11억2000만원으로 전체 부지의 20.74%를 부담했다"며 "그러나 등기 장부상에는 총 공시지가 대비 지분율이 시형씨가 54%, 국가가 46%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내곡동 사저 필지를 한꺼번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비싼 땅을 시형씨가 싸게 사고, 세금이 들어간 경호시설 부지는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치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10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청와대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도덕적 논란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에 비유하면서 비난했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도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은 퇴임 후에 성주로 살겠다는 것인가"라며 "우리 국민도 빈손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오는 그런 대통령이 보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사저 규모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대로 경호시설 부지 매입비만 42억8000만원이다.
경호시설 땅값만 비교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 2억5000만원, 김대중 전 대통령 7억원, 김영삼 전 대통령 9억5000만원과 큰 차이가 난다.
여기에 건축비가 포함될 경우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규모의 건축시설(건축비 23억 9300만원) 을 짓는다고만 가정해도 총 공사비는 6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인데 이런 악재가 왜 터졌는지 모르겠다"며 청와대에 불만을 터뜨렸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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