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BIFF 2011│송혜교 “용서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 않겠다”

시계아이콘02분 3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BIFF 2011│송혜교 “용서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 않겠다” <오늘>의 이정향 감독, 송혜교, 남지현. (왼쪽부터)
AD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처음 대중들에게 공개된 송혜교 주연의 <오늘>은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이정향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약혼자를 친 오토바이 뺑소니범을 어린 소년이라는 이유로 용서했던 여자가 1년 후 자신의 용서가 불러일으킨 또 다른 범죄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고통스럽지만 우직하게 담아낸다. 이정향 감독과 배우 송혜교에게서 듣는 <오늘>, 그리고 용서에 대한 이야기.

<#10_QMARK#> 죽음과 용서, 일상적인 소재를 담은 영화는 아니다. 혹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개인적인 계기가 있었나.
이정향
: 개인적인 특별한 경험이 있었던 건 아니고 우연히 읽게 된 한 칼럼 때문이었다. 대학교 때인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린 ‘용서도 때로는 죄가 된다’는 식의 짧은 글이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사고가 바뀌는 기분이 들었고, 당시에 미약하나마 이 부분에 대해 충실히 생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데뷔 후 세 번째 작품 준비를 하면서 그 주제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역시 가톨릭 신자라서 용서를 많이 권유받고 또 교육 받기도 하지만, 진짜 용서라는 게 쉬울까? 우리가 함부로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소재거리 일까? 하는 생각이 많아졌다. 사형제 폐지 운동도 많이 일지만 항상 그 구심점에는 유가족들의 입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오히려 살인 사건의 피해자나 유가족들이 소외되고 도외시 된다는 안타까움이 있었고.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를 한 문구로 집약을 하라고 한다면 ‘남의 상처에 대해 함부로 용서를 말하지 맙시다’라는 거다.


“사랑한 사람을 앗아간다면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BIFF 2011│송혜교 “용서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 않겠다”

<#10_QMARK#> 과연 나라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만들어 내는 영화다. 그런 영화의 중심이 되어야 했던 배우로서의 고민이나 어려움 또한 많았을 것 같다.
송혜교
: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아무래도 다혜가 폭발하는 감정이 없고 거의 안으로 꾹 삼키는 편이라, 내면의 연기가 많이 필요한 역할이라는 게 고민이었다. 속으로만 가지고 있으면 과연 관객들에 전달될까, 더 표현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경계선에서 많이 힘들었다. 이 영화 이전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나 이런 주제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다. 나 역시 처음엔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만 생각하다가 감독님께 이야기를 듣고, 책도 보게 되고, 시나리오 안의 상황들을 점점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극 중 다혜처럼 화도 나고, 속상하기도 하고, 왜 이렇게 되어야 할까 하는 의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잘 모르다가 점차 점차 알아갔던 것이 다혜를 따라가는데 심리적인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10_QMARK#> 이 영화를 찍고 난 후 생각이 변한 부분이 있나. 만약 당신의 약혼자가 이런 상황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송혜교
: 한 편으로는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 용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사랑한 사람을 앗아간 사람이니까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그 점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과연 용서를 할 수 있을까? 사실 그 사이 용서라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을 찍고 난 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내가 괴로워서, 빨리 잊기 위해서 용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앞으로 내 삶에 영화같이 큰 일이 아니라 작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 용서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_QMARK#> 송혜교와 남지현, 두 배우를 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
이정향
: 혜교 씨와 지현이는 보석 같은 존재, 해와 달 같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예전에는 배우 역시 스태프처럼 내가 만든 캐릭터를 형상화 시켜주는 존재들 정도로 생각했는데 <오늘>을 찍으면서 배우들을 진심으로 자식처럼 사랑하게 되었다. 감독으로서 모질지 못한 건 아닌지, 마음의 거리를 둬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할 정도였다.


<#10_QMARK#> 송혜교 씨는 지금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를 찍고 있다. 왕가위 감독과의 작업과 이정향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웠나.
송혜교
: <일대종사>는 잘 진행되고 있다. 거의 막바지다. 왕가위 감독 스타일이 빨리 찍는 편은 아니니까. (웃음) 보충촬영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아마 내년에는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간 주로 정적인 연기를 많이 한 편이었는데 <일대종사>를 통해 몸으로 표현하는 법을 많이 배워가고 있다. <오늘>은 뭐랄까 얼굴 근육을 쓰는, 얼굴로 표현하는 연기를 많이 배웠다. 왕가위 감독에게서는 인맥을, 이정향 감독에게서는 사랑을 많이 얻었다. (웃음)


<#10_QMARK#> <오늘>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정향
: 시나리오의 마지막 버전을 쓰면서 정한 제목이 <오늘>이다. 이 영화를 통해 살인사건의 유가족들에게 조그마한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내가 그분들께 드릴 수 있는 최선의 말, 즉 매일 분노에 휩싸여 사는 건 정말 더 억울하고 슬픈 일이니까 오늘 하루라도 분노를 마음의 주변부에 잠시 밀어 넣고 당신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다면, 오늘이 쌓여서 언젠가는 또 다른 당신의 삶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그래서 사건을 당하기 전의 삶으로 비슷하게나마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오늘>이라고 짓게 된 거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부산=백은하
10 아시아 사진. 부산=위근우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