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가속까지...하이브리드차 맞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하이브리드차 맞아?'
렉서스 LS600hL을 타본 후 느낌이다.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된 플래그십 모델이지만 하이브리드차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우수했다.
LS600hL은 '고성능 차에 연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플래그십모델이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외관에서는 하이브리드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았다.
외관은 여느 플래그십 모델과 마찬가지로 무척 고급스러웠다. 롱휠베이스 모델답게 뒷좌석 공간도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시승의 핵심은 플래그십 하이브리드차인 만큼 정숙성과 편리함 그리고 연비였다. LS600hL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앉으니 안락함이 느껴졌다. 단순히 차만 봐서는 하이브리드차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계기판 중앙에는 LCD모니터가 있는데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그래픽이 나오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흥미있게 바라보면서 시동버튼을 눌렀다. 하이브리드차가 그렇듯 이 차 역시 엔진음이 들리지 않았다. 순간 일반 차량으로 착각을 해서 다시 시동을 걸기도 했다.
이 차의 특징은 일반 차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다. 여느 하이브리드차는 정지상태에서 급가속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LS600hL은 가솔린차와 마찬가지로 급가속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전기모터가 순간적으로 최대출력을 내 가속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차를 움직이자 계기판의 LCD모니터에는 엔진과 배터리, 바퀴의 이미지가 각각 나오면서 에너지 흐름이 표시됐다. 이는 연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일반 차에 장착된 운전모드 선택버튼도 볼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스포츠' '노멀' '컴포트' 등 운전모드가 있어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을 조절할 수 있다. 바로 옆에 있는 하이브리드 파워 버튼과 스포츠 모드에 맞춘 후 차를 몰아보니 스포츠카가 따로 없을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내뿜었다. 하이브리드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 같은 성능은 5ℓ V8, D-4S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장착됐기에 가능하다. 스포츠모드로 전환한 후 에너지 흐름을 보니 엔진과 모터 양쪽에서 타이어로 화살표가 표시됐다.
하이브리드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시속 60km까지 배터리로만 구동이 가능했다. 막히지 않는 시내 주행이라면 배터리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연비는 9.5km/ℓ로 하이브리드차라는 기준에서 보면 턱없이 떨어지지만 동급 차종 가운데는 비교적 높은 축에 속한다. 배터리는 타이어 제동이 걸릴 때 마다 충전됐다.
안전 사양도 다양하다. 전자식 파워 핸들을 비롯해 전자제어브레이크, 차체안정성제어, 전자 제동력 배분장치 등이 갖춰져 코너링 등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했다. 또 이 차에는 총 11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큰 차체를 주차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지만 렉서스는 IPA(자동 주차 보조)라는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P) 버튼을 누르니 모니터를 통해 후방이 나타났다. 주차공간 확인과 주차를 동시에 도와주는데 핸들 조작없이 브레이크만을 사용해 주차할 수 있었다.
플래그십 모델답게 편의 장치도 상당했다. 하이라이트는 앞좌석 보다는 VIP공간은 뒷좌석이다. 뒷좌석에는 최대 45도까지 젖힐 수 있는 오토만 시트가 장착돼 있다. 버튼만 누르면 항공기 비즈니스석처럼 누울 수 있다. 축거가 길어 다리 공간도 여유가 있다.
이외에 9' VGA 고품질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리어 시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뒷좌석에 앉아 영화를 보니 움직이는 1인 영화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가격은 2억원을 넘나든다. 4인승은 2억 580만원으로 가장 비싸며 5인승 일반모델은 1억8930만원, 편안한 시트가 장착된 오토만 모델은 1억 9380만원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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