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급감한데는 유로화, 파운드화 등의 약세로 이들 통화표시 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감소한 이유 외에도 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달러 매도개입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외화곳간 급격히 줄어든 이유=지난달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9.5% 절하되면서 2008년 2월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급격한 변동성을 제어하기 위해 당국이 대규모 매도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면서 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온 3000억달러 이하로 줄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단 9월 외환보유액은 3033억8000만달러로 3000억달러는 넘었지만 전달에 비해서는 88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2008년 11월 이후 2년10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에 따른 당국의 개입이 외환보유액 감소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지영 우리선물 애널리스트는 "당국이 정확한 물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추석 연휴 직후부터 적극적인 개입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상당 부분분이 개입에 기인할 것"이라며 "최근에도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늘어날 가능성 있는가=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붕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높은 상황이지만 당분간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 파운드화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이에 따른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사수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며 "하지만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국이 환율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달러 매도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외환보유액을 착실히 쌓아 놓는 것도 시장의 불안을 억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국은 3000억달러라는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모습이다.
신재혁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총괄팀 과장은 "최근 시장에서 우려하던 3000억달러는 지켜졌다"며 "하지만 이러한 수치가 당국 입장에서 크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1500억달러를 밑도는 단기외채 두 배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1년내 단기외채가 모두 유출된다고 해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3000억달러는 시장심리에 따른 마지노선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