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식품업계
도미노 가격인상 예고
乳업계 하루적자 3억 달해
우유·라면 등 인상 불가피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언제까지 손해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대로 가다간 '공멸'이란 사태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식품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급등 등으로 인해 적자가 누적돼 기업의 재무상태에는 '빨간 불'이 켜진 지 오래다.
특히 우유업체들의 경우 적자규모가 많게는 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가격 인상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식품업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의 경우 지난 8월 중순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합의된 이후 하루 적자가 3억원에 달해 이미 누적 적자 규모는 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하루에 각각 1억5000만원, 1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유업계에선 추석 이후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초 정부가 주도해 제기한 '유기농 우유 고가 논란'이슈가 유업체들을 압박하는 효과로 나타나면서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 원유 가격 인상 이외에도 2008년 우유 가격을 올린 이후 물류비, 인건비, 전기료 등도 많이 올라 이를 인상분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원유 기본가격이 18.5%(704원→834원) 인상돼 우유가격 인상률은 20%에 육박한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전망이다. 이 경우 우유가격은 현재 ℓ당 2200~2300원 수준에서 2500~2800원까지 최고 500원 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아직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해선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이미 누적 적자 규모가 상당해 빠르면 이달 중, 늦어도 내달 초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라면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초 2∼7%의 가격인하를 단행한 이후 신선식품 및 밀가루 등 국제원자재 값이 급등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농심의 '신라면 블랙' 사태 이후 말도 못 꺼내고 있는 실정이다.
'신라면 블랙'은 지난 6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이후 이미지가 크게 훼손돼 매출이 줄면서 결국 국내 생산이 중단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그동안 검토했던 가격 인상안을 전면 보류하게 됐다.
설탕과 밀가루도 인상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밀가루의 경우 하반기 인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한국제분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희상 동아원 회장은 지난 6월 "올 상반기 17% 정도 올렸어야 했지만 여건상 한 자릿수만 인상했다"면서 "정부와 협의를 통해 올해 안에 추가 인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설탕의 경우 국제 원당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수입관세마저 대폭 인하될 예정이라 제당업계의 시름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국내 제당 3사의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누적 적자 규모는 1600억~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존재하는 조직인데 계속 손해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면서 "그동안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감내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