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최근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내려 침체된 시장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 분양가 할인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8월 정보업체 부동산 114가 '3분기 주택거래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6개월 안에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은 14.4%로 집계됐다. 그 중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을 계획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2.4%에 불과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주택경기침체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상반기 분양 단지 가운데 대부분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며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 6월 분양한 강서 한강자이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1700만~2100만원으로 인근의 현재 시세보다 200만~500만원 가량 높아 미분양으로 남았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실종된 상태에서 현실을 무시한 분양가는 미분양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신규 아파트 뿐만 아니라 재개발 아파트 등도 분양가 할인에 참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합도 분양가 내리기에 동참=서울의 재개발 조합들도 침체된 시장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분양가 할인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이다. 높은 분양가로 미분양이 생기면 조합과 건설사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전농7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낮췄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의 부탁에 조합이 손을 들어줘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의 분양가가 확정됐다. 당초 3.3㎡당 평균 분양가 1600만~1700만원대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 특히 일반분양 물량 중 가장 많은 가구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용면적 121㎡의 3.3㎡당 일반분양가를 1300만~1400만원대로 책정해 같은 단지 내 중소형보다 3.3㎡당 20만~30만원 가량 더 낮다. 이는 3년 전 분양가 수준으로 9월 말 현재 서울시내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인 1706만원보다도 300만원 가량 적은 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상반기 서울에서 분양한 재개발 구역 중 높은 분양가로 대거 미분양 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조합측도 분양가 할인에 동의했다"며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져 실수요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분양가 합의가 원만하지 않아 지난해부터 공급이 늦춰진 왕십리뉴타운 2구역도 조합과 시공사 간의 분양가 합의가 이뤄졌다. 왕십리뉴타운 2구역은 당초 3.3㎡당 평균 2010만원대였던 일반분양가를 1948만원까지 낮추기로 하고 성동구에 심의를 신청했다. 구청의 인가가 떨어지는 즉시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서울 외곽 수도권 지역도 분양가 내리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대우건설은 오는 6일부터 1순위 청약에 들어가는 경기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서수원 레이크 푸르지오'의 3.3㎡당 분양가를 74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이는 6년 전인 2005년 한 해 동안 수원시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885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인데다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 전셋값인 757만원보다도 저렴하다.
반도건설은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 공급하는 '반도유보라2차' 아파트를 2005년 김포시 평균 분양가(3.3㎡당 911만원) 수준인 3.3㎡당 850만~960만원 선으로 맞췄다.
남양주시에서 분양 중인 '화도효성백년가약' 분양가 역시 3.3㎡당 600만원으로 2006년 남양주시 평균 분양가인 651만원에 미치지 못했고, 파주시 '한라비발디플러스'는 2년 전 평균분양가인 3.3㎡당 1064만원보다 낮은 900만~1000만원대로 선보였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에서 분양중인 서해종합건설의 '용인신동백 서해그랑블 2차'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도 1070만원으로 6년 전 용인시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1080만원)보다 저렴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가 할인에 대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특히 전월세 대책으로 수도권 임대사업자들의 조건이 완화돼 여윳돈으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수요 유입도 전망된다"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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