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여파로 쇠고기보다 값이 더 올라 '금겹살'로 불리던 삼겹살 값이 최근 하락세다. 구제역 발생 이전인 지난해 이맘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형 마트 기준 국내산 삼겹살값은 100g당 1580원으로 올 최고치(2280원)보다 30% 이상 하락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지육(1㎏) 기준으로도 지난달 말 6800원 대에서 최근 4800원 대로 내려갔다.
하지만 식당에서는 여전히 비싸게 받고 있다. 올 초 삼겹살 값이 급등하자 1인분 200g의 가격을 9000~1만원에서 발 빠르게 1만1000~1만2000원으로 올리더니 삼겹살 값이 떨어진 뒤에는 움직임이 없다. 도매상 등 유통 과정을 거쳐 공급 받는 가격에 차이가 없다는 게 이유다. 다른 반찬 비용과 인건비, 전기요금이 오른 점도 내세운다.
정부는 올여름 물가가 치솟자 삼겹살을 비롯해 김치찌개, 시내버스 요금, 무ㆍ배추 등 서민생활에 밀접한 10개 품목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정했다. 정부 출범 초기 52개 생필품 가격 관리에 이은 'MB물가지수 2탄'으로 이들 품목의 가격을 지자체별로 비교ㆍ공개하고 불공정 담합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가격안정 우수업소를 공개하고 가격이 비싼 업소에 대한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외식업체의 가격 편법 인상과 담합을 조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추석 이후 농축수산물 물가가 내려가자 흐지부지되는 모습이다. 오늘 아침에도 물가장관회의가 열렸지만 '식당 금겹살'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당국은 '금겹살'이 농축산물 유통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나타나는 중간상의 농간인지 식당업자의 그릇된 영업행태인지 가려내야 한다. 사실 주변 음식점을 보면 식재료값이 오르면 바로 음식 가격에 반영하면서도 정작 값이 떨어질 때는 값을 내리지 않거나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삼겹살만 한 서민음식도 없다. 퇴근길 술 한잔이 생각나는 직장인 사이에 흔히 오가는 말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때"다. 삼겹살 데이(3월3일)도 있다. 2003년 구제역으로 양돈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자 돼지고기 소비를 늘리자며 정했다. 오늘은 개천절이 낀 사흘 연휴를 앞둔 금요일, 퇴근길 동료들과 한잔 술을 나누는 직장인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가격이 요지부동인 '금겹살' 앞에 앉아서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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