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특허공유(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인텔ㆍ리눅스재단과는 운영체제(OS) 공동개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어제 동시에 전해졌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MS에 안드로이드폰 1대당 4달러 대, 연간 3000억원으로 추측되는 기술사용료를 추가로 지급하는 대신 MSㆍ인텔 진영과 손잡고 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에서 당장의 시장경쟁력과 차세대 기술 개발력을 대폭 보강하게 됐다.
이는 미국, 독일 등 9개국에서 애플로부터 스마트폰 관련 특허권 침해 제소를 당해온 삼성전자가 이에 대항할 수 있을 만한 연합군을 형성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 자신을 위해서나 한국 정보기술(IT) 산업 전체를 위해서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번 일은 글로벌 특허전쟁이 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특허전쟁을 더욱 부추기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다음 조치로 애플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특허와 관련된 환경 변화와 무역갈등 유발 가능성에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우리 산업계가 안게 된 셈이다.
사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반도체, 발광다이오드(LED), 하이브리드차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융복합 제품이 늘어나며 기술특허의 중요성이 전례 없이 부각되고, 이에 따라 핵심기술을 중심으로 특허경쟁이 곳곳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MS의 경우처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끼리 합종연횡하기도 하고, LED 산업에서처럼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 블록을 형성해 진입장벽을 높이기도 한다. 기술특허가 중요해지다 보니 반도체 분야에서는 다량의 특허기술을 보유한 제조업체가 생산을 포기하고 아예 특허 라이선스 업체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특허를 연구개발의 성과물이나 제조의 지적 인프라 정도로만 여겨서는 안 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기업은 특허를 필수불가결한 전략자산으로 확보하고 적극 활용하는 태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삼성ㆍMS 특허공유 계약은 우리의 취약 분야인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개방적이되 자기완결도가 높은 IT 생태계를 국내에 확보하는 일이 시급함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