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저축은행 불법ㆍ비리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는 게 고구마줄기는 저리 가라다. 지난 며칠 사이에도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예금 사전인출, 차명차주를 통한 한도초과 불법대출, 우체국예금을 이용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조작 등 여러 건의 불법ㆍ비리가 언론 보도나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저축은행 대주주ㆍ경영자의 범죄적 행위만이 아니라 금융감독 당국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도 발견된다.
특히 지난 2월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의 경우처럼 18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서도 그 직전 2주일 동안 3000억원 가까운 예금이 사전 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금융당국에서 퇴출명단 정보가 사전에 누출되고 그 정보를 저축은행 대주주ㆍ경영자가 이용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23일 국정감사에서 사전 예금인출 규모를 10억원이라고 밝힌 데 대해 '고의적인 축소' 아니냐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저축은행이 부동산개발 투자와 관련해 위장 공동사업자를 내세워 수천억원대의 한도초과 대출을 불법으로 일으킨 사실이 회계법인에 의해 지적된 바 있는데도 금감원은 이런 사실을 제때 적발하지 못했다고 한다. 회계감사보고서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었던 저축은행의 이런 불법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것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가 '검사 때 회계감사보고서는 제출 대상이 아니었다'고 변명했다니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저축은행들이 우체국예금에는 위험가중치가 적용되지 않는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결산 때마다 우체국예금을 크게 늘림으로써 BIS 비율을 장부상으로만 일시적으로 높이곤 했다는 사실도 지난 주말에야 드러났다.
이런 사실들은 수사당국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보다 확대돼야 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저축은행 대주주ㆍ경영자의 배임 등 범법행위 외에 금융감독 당국의 임무 해태와 비리 혐의도 들여다봐야 한다. 로비스트 박태규의 불법 로비 사건도 김두우 전 청와대 비서관 선에서 꼬리 자르기 식으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로 국내 금융 부문의 부실 제거와 안전망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지난주에 구성된 정부 합동수사단의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