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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인쇄문화의 날, 정부 대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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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팔만대장경, 직지심경… 활자 문화의 정수를 이어 온 대한민국 인쇄산업이 추락 위기에 빠졌다. 종이값 등 재료비는 오르는데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쇄문화의 날(9월14일)을 맞아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선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인쇄 문화 발전 유공자에게 정부 포상을 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5년 연속으로 인쇄물 수출 2000만 달러를 달성한 인쇄 업체 대표와 인쇄물 품질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업체 대표 등이 화려한 조명 아래 문화 포장과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다. 하지만 축하와 격려가 넘쳤던 행사장과 달리 충무로 등에 있는 영세 인쇄 업체 곳곳에선 한숨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4일 찾아간 서울 중구의 한 인쇄 업체. '충무로 인쇄 거리'인 이곳에서 8년 째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는 임철현(48)씨의 가게는 한 눈에 보기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15평 남짓한 규모의 이 가게엔 임씨와 직원 3명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대형 현수막 등을 인쇄하는 기계 두 대는 일이 없어 모두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요즘 인쇄 산업 경기가 어떤지를 묻자 임씨는 "2~3년 전부터 가격 경쟁이 심해져 인쇄 원가가 많이 떨어졌다"며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정 거래 업체가 줄어든 것은 물론 그만큼 매출도 줄어 인쇄 시장 상황이 아주 안좋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금융 위기 등으로 기업이나 정부가 여는 행사가 줄자 인쇄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며 거래 유치에 나섰고, 그 결과 이전보다 매출이 20~30% 가량 떨어졌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봉급생활자로 지냈던 임씨는 평생직장을 찾던 중 인쇄업이 적당한 사업이라고 생각해 1994년 충무로에 인쇄소를 차렸다. 인쇄소를 처음 세울 때만 해도 인쇄업이 꽤 괜찮은 돈벌이였다고 전한 그는 "처음 인쇄소를 열었을 때만 해도 가격 보다 질을 따지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젠 많은 업체가 품질보다는 싼 가격을 원한다"며 "그러다보니 다들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고, 비용을 줄이려 정품 종이나 잉크를 쓰는 대신 중국산을 쓰는 업체, 임대료가 좀 더 싼 성수동이나 인천 등으로 가게를 아예 옮기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생필품 가격은 오르면 오르는 대로 언론에 보도도 많이 되고 관련 지원책들도 쏟아져 나오지만, 인쇄물은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지원 등과 관련해서 많이 소외되는 게 안타깝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 년 안에 인쇄 산업이 더 어려워지게 되면 또 다른 평생직장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15일 문화부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국내 인쇄 사업체 수는 모두 1만6709개, 인쇄업 종사자 수는 7만1716명, 10인 이상인 업체가 생산하는 총 생산액은 3조9674억원이다. 1만6000개를 넘는 인쇄 업체 가운데 대형 업체를 일부 빼고 나면 상당수가 임씨와 같은 영세 업체인 실정이지만,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 지원책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문화부에서 해외 수출 상담, 해외 홍보 지원 등을 포함한 인쇄 업체 지원책을 마련해두고 있긴 하지만 당장 국내 거래를 따기도 힘든 수많은 영세 인쇄 업체들에겐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유건룡 한국폴리텍Ⅱ대학 남인천캠퍼스 디스플레이인쇄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종이나 잉크 등 재료비가 많이 오르고 전문 인력이 부족해 현재 인쇄 산업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도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인쇄 전문 인력 양성 과정 확대 등을 비롯한 인쇄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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