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HP가 '불확실성의 늪'에서 고전중이다.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PC사업부 분사를 발표한 뒤 PC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과 소비자의 의문에 직면한 것. HP측은 "PC시장의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앞뒤가 다르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눈앞에 닥친 PC사업부 매출 하락도 부담이다.
HP는 PC사업부 분사가 결국 매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현재 PC사업을 담당중인 토드 브래들리 퍼스널 시스템 그룹(PSG) 부사장은 "PC사업부를 에이서, 레노버 등 경쟁회사에 판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유나 향후 추진 계획은 말하지 않았다.
이같은 발언은 현재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HP의 공식적 입장과도 상충한다. HP는 분사 혹은 매각 여부는 연말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PC시장이 여전히 성장중이며, 사업구조를 개편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1위로 남을 수 있다는 HP의 주장도 혼선을 빚고 있다. 한 PC업계 관계자는 "PC시장이 활황이고 마진율이 좋다면 어느 업체가 빠지려고 하겠느냐"며 "분리 이후 매각이 정해진 수순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실제로 PC시장 성장세는 계속 둔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당초 PC시장 성장률을 7.1%로 내다봤으나 최근 4.2%로 하향했다. HP의 PC사업부도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3%가까이 줄어든 95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HP의 '갈지자 행보'는 당장 PC사업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PC사업부의 분사는 최소 12개월에서 18개월이 걸린다. 코앞에 다가온 올해 3분기 성수기와 연말 쇼핑 시즌에 매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셈이다. 기업부터 일반 소비자까지 사후서비스 등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HP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당장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향후 매각 가격까지 떨어진다"며 "HP로서는 어떻게든 무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HP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HP는 최근 태블릿PC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지 10일만에 '터치패드' 생산을 재개하기로 했다. HP는 모바일 사업 포기 결정을 내리고 399달러짜리 터치패드 16GB모델을 99달러로 대폭 할인해 판매하며 단시간 내 재고를 소진하는 성과를 올렸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면 판매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그러나 생산을 재개해도 판매할수록 손해가 더 늘어나는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IHS 아이서플라이는 터치패드의 제조 원가가 306달러로 이를 99달러에 판매할 경우 대당 207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HP가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인 '웹OS' 매각 가치를 올리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재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HP PC사업부, 웹OS등의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던 삼성전자는 인수설을 정면 부인하고 나섰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IFA 2011'에서 "웹OS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공식 블로그를 통해 "(PC사업부 인수 후보라는 보도는)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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