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미국정부가 고(高)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한국판매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군은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글로벌호크의 잦은 고장과 올라간 가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2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호크의 제조사인 노스럽그러먼은 "한국이 정찰장비를 선적할 수 있는 RQ-4 글로벌 호크 '블록 30' 무인기 4대를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관련 지상시설과 설비도 이번 판매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젬마 루카트 노스럽그러먼 대변인은 한국과 미국 정부간 계약이 올해안에 체결된다면 2014년이나 2015년에 인도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군은 지난 2006년부터 글로벌호크 도입을 원했지만 미국측에서는 판매를 거부해왔다. 그동안 미국이 글로벌호크를 판매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을 포함한 G-7국가들의 미사일 기술통제체제 체결 때문이다.
기술통제체제에는 500kg이상 탑재중량, 300km이상 비행할 수 있는 미사일, 무인비행체은 물론 핵, 화학, 생물학무기 등을 발사할 수 있는 장치의 수출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중 글로벌호크는 가장 엄격히 통제되는 카테고리 1에 해당돼 수출이 제한된다.
수출제한으로 미국이 판매를 거부하는 동안 글로벌호크 가격은 크게 올랐다. 이때문에 우리 군도 글로벌호크 도입을 위해 2006년 국방예산에 3200억원을 배정했지만 올해는 45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하지만 군내부에서도 글로벌호크의 도입은 좀더 신중히 결정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간 평가한 결과 글로벌 호크 블록 30형은 작전임무의 40%밖에 수행하지 못했고 발전기 등 핵심부품의 고장이 16곳 발견됐다. 결함에 이어 가격도 올랐다. 마이클 돈리 미 공군참모총장이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2012회계연도 국방예산 감축으로 공군이 글로벌 호크의 발주량을 14% 감축함에 따라 대당 가격이 25% 이상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2년 예산 삭감으로 글로벌 호크의 총 조달 대수가 77대에서 66대로 줄어든 것이 대당 가격 상승의 주원인"이라고 언급했다.
돈리 공군참모총장은 글로벌 호크의 대당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미 공군은 111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호크 조달계획을 재검토한 결과 개발비용을 포함한 대당 가격이 1억80만 달러로 2000년 개발이 시작된 이래 1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호크의 오른 가격과 잦은 결함이 지적되자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6월 국방위 업무보고에서 "탐색개발 중인 중고도무인정찰기의 활동 거리를 늘린다는 방안도 함께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글로벌호크는 노드롭 그루만사가 2000년에 개발한 고고도 무인정찰기로 동체길이 13.5m, 날개길이 35.4m로 비교적 큰 비행체다. 이 때문에 1500m이상의 긴 활주로가 필요하지만 15~20km의 고도에서 시속 635km의 속도로 2만 2200km까지 비행할 수 있다. 또 글로벌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SAR)와 적외선탐지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등 첩보위성 수준급 전략무기로 900kg의 탑재체를 싣고 32시간 이상을 비행할 수 있다. 작전반경은 3000km, 대당 가격은 4500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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