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CJ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전량을 자회사인 CJ제일제당과 CJ오쇼핑에 매각키로 결정한 가운데 증권사들은 이번 결정이 관련 종목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일 CJ는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 지분 보유 금지조항에 대한 위반을 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639만4340주를 오는 2일 CJ제일제당과 CJ오쇼핑에 각각 439만4340주, 200만주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각가격은 지난달 31일 종가인 주당 8만5000원으로 CJ제일제당과 CJ오쇼핑은 각각 3735억원, 1700억원의 매입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증권가는 이번 매각 결정을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하면서 종목별로 그 온도차는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CJ오쇼핑의 경우 CJ계열사라는 이유로 하루만에 희비가 엇갈렸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31일 CJ오쇼핑에 대해 CJ계열사 통합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7만원을 유지했다. 그러나 CJ의 삼성생명 지분 매각 결정이 발표된 후 대우증권은 하루만에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대우증권은 1일 삼성생명 주식 매수가 CJ오쇼핑의 주가에 부정적일 것으로 보고 투자의견을 '단기매수'로, 목표주가는 33만원으로 낮췄다.
김민아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 주식은 환금성이 있는 투자자산이지만 당분간 그에 대해 시장이 가치를 부여할지는 의문이 따른다"면서 "기업본질 가치 훼손은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관련 회사 투자에 대해 시장이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주회사 문제 해결을 위해 자회사를 이용했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은 CJ그룹 전반에 대한 기업투명성 이슈를 제기할 수 있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경주 애널리스트는 "이번 딜은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의 투자 그리고 경영 투명성 이슈로 인해 CJ제일제당의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조달금리를 4%로 가정할 때 연간 이자비용 부담은 CJ제일제당이 150억원, CJ오쇼핑 70억원 수준"이라며 "이는 2011년 예상 순이익 기준 CJ제일제당과 오쇼핑의 주당순이익(EPS)을 각각 4.1%, 6.8% 하락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 주식 처분에 CJ제일제당의 개입 가능성은 어느 정도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CJ제일제당의 경우 주가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반면 삼성생명 주식 매각이 빠른 시간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갑자기 끼어들게 된 CJ오쇼핑의 경우 단기적인 주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분을 매각한 CJ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투자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CJ제일제당이 보유하게 되는 삼성생명 지분 4.5%(7650억원)는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교환사채(EB) 등의 방식에 활용될 예정"이라며 "CJ는 이번 거래로 총 1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돼 CJ제일제당의 EB 발행 외에 추가 자금 조달없이 대한통운 인수 자금 조달을 끝마쳤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M&A에서 인수자금의 확보는 불확실성 해소로 인식돼 주가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면서 "대한통운 인수자금 조달의 불확실성 해소, 공정거래법의 이행 등이 CJ주가의 상승 견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삼성생명 지분 처리 및 대한통운 인수를 끝으로 그동안 CJ 주가에 영향을 미쳤던 영업외적인 요소들이 마무리돼 향후 CJ그룹이 보유한 견조한 내수사업 포트폴리오의 매력이 강조될 것"이라며 "또한 자회사들의 삼성생명 지분 인수에 따른 기업가치 영향은 향후 삼성생명 주가흐름과 함께 EB 발행 등 주식매각 조건에 좌우될 것으로 보이며 CJ에 우호적으로 진행될 경우 기업가치 훼손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송화정 기자 yeeki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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