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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시장 잃은 서울시..긴박했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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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퇴했다. 이른바 즉각 사퇴다. 속전속결로 사퇴가 진행되면서 기자회견이 열린 시청 현장에서의 긴박감도 하늘을 찔렀다.


26일 오전 9시, 오세훈 시장의 기자회견이 오전 11시 시청에서 열린다는 문자메시지가 기자들에게 배달됐다. 회견 내용은 즉각사퇴로 기정사실화 돼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마지막 당과의 협의가 어떻게 매듭지어 졌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아있던 사퇴시점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 마저도 모두 즉각사퇴로 귀결됐다. 이날 오전 열린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오세훈 시장에 대해 "당이나 국가를 도외시하고 자기 모양만 중요시한다"며 "어젯밤 집으로 찾아왔기에 쫓아내면서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라 말했다"고 알려져서다.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회견이 예정된 시청 브리핑룸은 그야말로 발디딜 틈조차 없이 붐비기 시작했다. 물러나는 오 시장의 착잡한 표정을 담기 위한 카메라들이 단상을 둘러쌌다. 미리 자리를 맡아 놓지 않은 기자들은 노트북을 들고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 했다. 여기저기 서울시 현장 상황을 전하는 전화소리, 방송 녹음품질을 테스트 하는 소리 등이 뒤섞여 회견장 공기는 한낮처럼 더워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한 회견시각이 오전 11시2분으로 정해졌다고 알려왔다. 오 시장은 미리 작성된 기자회견문을 읽는 것으로 공식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난다고 했다. 질의응답은 시장 대신 대변인이 맡기로 했다.

예정된 오전 11시2분이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오 시장은 담담한 모습으로 입장했지만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는 쉰 듯한 목소리로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즉각 사퇴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고개를 숙여 마지막 인사를 마친 시장의 쓸쓸한 퇴장을 담으려는 카메라들의 경쟁이 불붙었다. 여기저기 고성이 오가며 회견장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한바탕 전쟁이 끝나고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위해 회견장에 들어섰다. 오 시장의 사퇴로 대변인을 비롯 정무부시장, 정무조정실장, 시민소통특보 등 정무라인도 동반사퇴 하게 됐다. 이로 인해 대변인의 표정 또한 착잡함을 감출 수 없어 보였다.


오 시장의 사퇴로 서울시는 이른바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오시장은 시의회 의장에 사임일이 적힌 사퇴서를 전달하고 이날 오후 5시 이임식을 마친 뒤 완전히 서울시청을 떠나게 된다. 사퇴선언한 26일 자정부로 즉, 27일 0시부터 당장 서울시정은 권영규 행정1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다. 10.26 재보궐 선거로 새로운 시장이 뽑혀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유지된다.


긴박했던 26일 반나절이 지나고 다시 평온이 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장이 없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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