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
대형 철재 책받침 더미를 내던지는 듯한 소리가 사방에서 울린다.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철재 묶음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며 시멘트 가루들이 사방에서 날아든다.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 가재울3구역 내 재개발 현장 바로 앞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의 풍경이다. 지난 가을 재개발이 시작되고 땅을 파기 시작하면서 모래 바람이 불어왔다. 재개발 단지는 이 아파트 단지 101동에서 105동을 둘러싸고 10여m짜리 애처로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매일같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높이는 담장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101동에 거주하는 김모(74)씨는 매일같이 들리는 소리때문에 여름에도 창문을 열어둘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지난 가을에 불어오던 먼지바람은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공사장에서 들리는 소음은 12시간 지속되기 때문이란다. 함께 있던 105동 주민 원모(72)씨도 "창문을 열어두면 아침에 닦은 곳이 저녁이 되면 새카맣게 변한다"고 전했다. 2살짜리 손자와 함께 사는 102동 주민 정모(57)씨는 "며칠 전에는 밤 12시까지 시멘트를 갖다 부어 밤늦게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쿵쾅거리는 철재물 소리에 아기가 깜짝깜짝 놀란다"며 공사장의 먼지와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토로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김원민, 이하 분쟁위)가 이같은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에 대해 배상결정을 내렸다. 분쟁위는 서대문구 뉴타운 가재울3구역 신축 현장의 시행사와 시공사가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8700여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뉴타운 신축현장에 대한 소음ㆍ먼지 피해 배상 결정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분쟁위에 따르면 현장에서 7~140m 떨어진 인근 아파트에서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환경피해 인정기준인 68dB(A)을 초과했다. 기존 건물 철거공사시와 신축 아파트 토공사 및 골조공사시 최고소음이 77dB(A)에 달했다. 현재 이 구역은 골조공사가 진행중이다.
이번 분쟁위의 결정에 따라 총 692명의 주민이 피해배상을 받게 되며, 4인 가족 기준으로 가구당 최대 176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분쟁위 관계자는 "아파트 신축시 저소음, 저진동 공법 채택과 세륜시설 설치.운영 등 소음.진동.먼지에 대한 보다 세심하고 철저한 관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쟁위의 결정에 대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고생했는데 공사가 마무리 돼 가는 이제 와서 돈 몇 푼을 준다고 그간의 고생이 보상되냐"며 "왜 진작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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