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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연 3.25%로 동결.. '해외 위험요인으로 성장경로 불확실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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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대외 불확실성이 물가상승 우려를 압도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이은 사상 초유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가한 가운데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하면서 금융시장 추스르기에 나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개월째 4%대를 지속하고 변동성이 큰 석유류, 식품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3.8%까지 치솟은 한편 생산자물가지수도 3개월 만에 반등하는 등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당초 이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라는 결정타가 날아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으며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큰 충격을 받았다. 주가지수는 급락하고 환율은 치솟았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2013년까지 향후 2년간 초저금리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되는 듯 했으나 다시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여전히 불안감이 높은 상태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정책이 언급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견조하고 외화유동성이 양호한 가운데 미 신용등급 강등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란 낙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섣부른 금리인상이 자칫 국내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주가급락 및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소비,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통화정책방향'에서 "세계경제를 보면 신흥시장국 경제는 호조를 나타냈지만 미국 등 선진국 경제는 회복세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세계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나 주요국 경기의 둔화 지속 가능성, 유럽지역의 국가채무문제 확산,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이 하방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은은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박상욱 흥국증권 이코노미스트도 “과거 금리인상 요인은 대부분 경기호조에 따른 것으로 해외경제 변수의 불안정성은 단기적인 경기둔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외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금리인하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아울러 각국 정부가 금리를 동결하는 등 국제공조 분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은만 독자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글로벌 재정위기 상황을 고려해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도 금리동결, 또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글로벌 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며 “이번에도 이러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유지를 강조하면서 경기부양은 발권력에 의존하겠다는 뉘앙스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재정위기가 확대되거나 미 경제둔화가 심화된다면 한은은 내년 2월까지 금리인상을 미루고 관망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4%포인트 떨어지며 경상수지는 33억달러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는 시점에서는 다시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4% 수준으로의 금리 정상화를 꾸준히 주창하고 있고 지속되는 물가상승압력도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한은이 목표로 하고 있는 연 4%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먼 나라 얘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압력 완화를 위해서는 연내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은은 "앞으로 경기상승기조에 따른 수요압력,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근원인플레이션율도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여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진국 정책 실시 여부와 금융시장 안정 정도에 따라 다음 인상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며 “여전히 기준금리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은의 태도를 감안할 때 하반기 한차례 정도 인상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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