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신수(클리블랜드)가 첫 재활 경기에서 상대한 데이튼 드래곤스는 미국 프로 스포츠계가 주목하는 구단이다. 미국 프로 스포츠 팀 역사상 가장 긴 홈경기 연속 만원사례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데이튼은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A에 속한 구단으로 지난달 9일 815경기 연속 홈경기 매진을 달성, 이 부문 미국 내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미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가 1977년부터 1995년까지 세운 814경기 기록을 경신했으며 현재도 그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대기록에 비해 그 규모는 초라하다. 데이튼의 홈구장인 피프쓰 써드(Fifth Third) 필드가 수용할 수 있는 관중은 7230명. 메이저리그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매 경기 평균 관중도 8400여명에 그친다.
하지만 데이튼 시의 인구는 16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더구나 싱글A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인 인기 몰이 측면에서 톱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것도 첫 출범한 2000년 4월29일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구장을 꽉 메워왔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다.
데이튼의 인기 비결은 복합적이다. 가장 손꼽히는 요인은 성적. 첫 해인 2000년 승률 .511로 시작해 3년 연속 5할 이상 승률을 남기며 매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 때문에 메이저 구단인 신시내티에서 57마일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데이튼 시민들로서는 빅 리그 팀보다는 데이튼의 활약상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하지만 성적은 흥행의 전부라고 보기 어렵다. 이후 2007년과 올해를 제외하고 매년 5할 밑 승률에 허덕였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선수들의 실력과 구장 규모에서 떨어지는 마이너리그 구단이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요소다. 데이튼은 구단 직원들과 마스코트로 하여금 실감나는 연기를 요구, 관중에게 흥미를 제공한다. 친절함과 청결한 구장 환경을 유지해 관중의 인상을 찌푸리지 않게 하는데 주력한다.
그 효과적인 조합을 위해 데이튼 구단은 ‘드래곤스 대학’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고객 만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 타 구단과 차별되는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는 데이튼 구단의 한 직원은 “구장 내에서 ‘디즈니월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우리의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근래 들어 소수인종 관중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메이저 및 마이너리그 팀과 달리 데이튼은 소수인종(특히 아프리카계 흑인) 관중 유입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머니가 얇아 시즌 티켓을 구입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외야 잔디 구역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저렴한 티켓을 따로 판매하고 있다.
데이튼 시와 팀 소유자인 ‘만델라이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노력도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데이튼 시는 교통과 주차가 어려운 도심에 구장을 유치, 만원 관중을 유치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 파크와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 필드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대도시와는 다르게 구장 곳곳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구장 주변 도로 등 인프라를 위해 2250만 달러의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볼거리를 제공, 관중 유치에 힘쓰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인 매직 존슨이 일정 부분 투자한 만델라이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일리노이주 록포드에 있던 팀을 데이튼으로 옮겨와서는 550만 달러를 투자, 현대식의 구장을 짓는데 힘을 보탰고 구장 유지 보수를 위해 전적으로 책임지며 시 협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 해 70경기를 지켜보는 시즌 티켓을 구입하려면 최소 3년 정도 기다려야 하는 데이튼 구단. 경기 침체가 두드러진 지역임에도 10년 넘게 관중을 끌어 모으는 활약에 메이저 구단들은 그저 부러워하고 있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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