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정면충돌했다. 오 시장이 오는 24일로 예정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1일 발의한 가운데 곽 교육감이 같은날 '권한쟁의심판'과 '무상급식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하 가처분신청)'을 청구하면서다. 쟁점은 무상급식에 관한 사무가 과연 누구의 권한인지,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일이다.
2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전날 오후 3시께 오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를 놓고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신청을 청구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지자체 간 권한의 범위를 놓고 발생한 분쟁을 헌재가 중재하는 제도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 관련 권한쟁의 심판의 최대 쟁점은 '무상급식'에 관한 사무의 권한과 '주민투표'를 발의할 권한이 누구에 속하는 지다. 곽 교육감은 소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서울시장이 발의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학교 급식에 관한 사무는 서울시장이 아닌 교육감의 사무이자 권한이라는 게 곽 교육감 측 주장이다. 곽 교육감은 이어 "우리 헌법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학교급식은 교육의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 또는 지방의회의 청구에 의하거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권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당초 법조계에선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제정한 '무상급식 지원조례'를 대상으로 주민투표가 청구돼 직접적인 교육감의 권한이 아닌 서울시의 결정사항을 다루는 문제로 보는 견해가 높았다. 교육청 관계자 또한 해당 주민투표 청구가 교육감이 결정한 무상급식 정책과 관련성이 높음에도 직접적으로 권한쟁의 등을 다투기는 힘들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채택한 투표문구가 '①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②소득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등 무상급식에 대한 지원여부 내지 정도가 아닌 무상급식의 실시 범위와 방법 자체를 다룸에 따라 교육감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볼 여지가 높아졌다는 평이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권한쟁의 심판은 투표문구의 문언에 국한되지 않고 무상급식 사무의 권한과 주민투표 발의 권한이 누구에게 속하는지 포괄적으로 검토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학교급식을 비롯한 교육에 관한 사무라면 관할 지자체장으로서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시는 권한이 없다'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며 "청구 요건을 갖췄다고 인정되면 본격적인 평의에 들어갈지, 심리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속도로 진행할지는 내부회의를 거쳐 차차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한쟁의 심판과 더불어 청구된 가처분신청은 서울시가 주민투표를 발의함에 따라 예정대로 오는 24일 투표를 강행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권한쟁의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발의의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예방적 조치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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