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서울시를 강타한 물폭탄이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삼킬 태세다. 시민들의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우군인 한나라당도 지원을 약속한 지 하루만에 서울이 물난리에 빠지자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민주당은 산사태와 강남 침수는 "눈에 보이는 곳만 화려하게 포장하려는 전시행정이 빚은 인재"라며 오세훈 시장에 대한 비난 공세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28일로 예정했던 주민투표 발의를 잠정 연기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피해복구가 우선이기 때문에 연기한 것"이라며 "주민투표 공표일로부터 7일 이내에 발의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달 1일까지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에서의 여론은 오세훈 시장에 크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포탈 등에선 오 시장을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을 빗대어 '오세이돈'이라고 부른다. "서울을 아시아의 베네치아로 만들겠다더니 이미 실현됐다", "무상급식 안한다더니, 무상급수했네" 등의 패러디도 꼬리를 물고 있다. 그를 풍자한 합성 이미지는 트위터와 포털 게시판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의 수해방지 예산과 관련, 삭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 시장이 취임 전인 2005년 641억원이었던 수해방지 예산이 올해 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며 "이번 재해는 '오세훈 인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이번에 산사태로 남부순환로 덮쳐 일대 교통을 마비시켰던 우면산의 관리비용 25억도 삭감됐다며 오 시장의 행정 부재를 비판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한강르네상스에 5400억원을 쓰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182억원을 사용하면서 정작 수해방지 사업은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이 대변인은 "오히려 2007년 1974억원이었던 수해방지 예산을 올해 3436억원으로 늘렸다"며 "민주당이 거짓 자료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수해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하필 당에서 주민투표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날이 그(수해가 발생한)날이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서울시에 힘을 실어주기로 한 마당에 투표를 취소할 수 없지만 투표운동에 적극 나설 경우 오히려 역풍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수해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큰 상황에서 182억원을 들여 무상급식 투표를 한다면 누가 동의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7일부터 매일 수해현장을 방문하며 재해복구와 민심을 수습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29일 오전에 예정됐던 주요당직자회의도 취소하고 하루 동안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전념키로 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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