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부가 26일 발표한 전기요금 조정안은 서민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미치는 충격과 물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대신 여건이 나은 대기업과 대형건물, 호화주택, 골프장 등에 대해서는 인상 폭을 높인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이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의 원가보상률은 86.1%에서 90.3%에 그친다. 한국전력이 100원을 들여 전기를 생산해 90.3원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각각 6.3% 오른 일반용 고압(대형건물과 다중이용시설 등)의 경우 원가보상률이 98.1%로 100%에 근접하지만 산업용 고압(대기업)은 92.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은 당초 올해와 내년 2,3차례 전기요금을 원가보상률 수준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유가, 유연탄등 연료비의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을 자동 조정하도록 하는 연료비연동제도 하반기 중 시행키로 했다.
지경부는 연동제와 별개로 이번에 7∼7.6%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물가부담을 우려한 기획재정부가 4.8%를 고수했고 결국 4.9%로 조정됐다. 정부 관계자는 "중장기 로드맵에는 연료비연동제와 계절·시간대별 차등요금제, 전압별 요금제 등이 다 포함됐는데 최근의 물가상승추세에 유가 상승의 전망이 더해지면 물가기대심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중장기 개편 방안은 이번 발표에서 제외됐으며, 7월 도입하기로 했던 연료비 연동제도 포함되지 않아 제도 시행 시기가 다시 미뤄지게 됐다. 가정용 요금을 2%만 올린 것도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물가가 6개월 연속 4%대 상승한 상황에서 정부는 하반기에 3.7%로 낮춰야 연간 목표(4%)를 달성할 수있다.
전기요금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019%포인트 오른다. 정부의 당초안대로 가정용이 4%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076% 포인트 상승하지만 2%인상으로 소비자물가는 연간 0.038%포인트, 생산자물가는 연간 0.122%포인트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가정용 요금만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고 산업용 요금은 반영되지 않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전력 수요 조절을 위해 계절별 차등 요금제가 적용되는 일반용ㆍ산업용ㆍ교육용의 경우 여름철(4.4%)보다 원가회수율이 낮은 겨울철(7.9%) 요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올렸다.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반용(고압)의 경부하 시간대 요금을 8.7% 올리면서 이를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단일 요금제만 적용되는 주택용에 대해서도 선택형 계시(季時)별 요금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으며, 내년부터 대규모 산업용ㆍ일반용 요금에 선택형 피크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정과 기업체의 전기요금 인상분을 에너지 비용절감을 통해 상쇄하는 방안도 병행키로 했다. 가정을 대상으로 '에너지 다이어트 주치의'를 운영, 에너지 진단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우선 순위를 결정해 고효율 조명, 보일러 등 냉난방 기기 등 교체 등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 지원 규모는 총 2000억 원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기업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정부가 구매하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개편하고 무분별한 전열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전기온풍기, 전기장판 등에 에너지 비용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전력의 경영 효율화 방안도 마련됐다. 송전 철탑의 설치간격을 30% 확대해 투자비를 15% 절감하고, 변전소 건설공법 개선 등으로 건설비와 공사비를 각각 34%, 26% 절감하는 등 매년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요금조정을 통해 국내 전력소비는 연간 51억kWh 감소(총 전력사용량의 1.1%)하고, 연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금액은 6176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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