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영원히 지킬 것 같았던 노키아가 스마트폰이 불러일으킨 변화의 바람에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주말 실적 발표에 따르면 노키아는 2ㆍ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자리를 애플에 빼앗겼고, 아직 발표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실적까지 감안하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2009년 자회사의 손실로 일시적 적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에 3억7000만유로의 적자까지 냈다. 노키아의 추락은 그것을 멈추게 할 만한 요인이 없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노키아가 어떤 기업인가. 모토롤라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강자로 등장했고, 20년 가까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했으며, 정보통신 분야의 혁신을 상징해 왔다. 그런데 왜 이 지경이 됐는가.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 경쟁으로 넘어온 단계에서 소비자의 눈높이에 자사 제품의 수준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플 방식의 아이폰과 구글 방식의 안드로이폰이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크게 높였는데도 노키아는 자사가 개발한 단순한 기능의 심비안 운영체제를 고수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만든 지 3년밖에 안 되는 애플에 여지없이 밀리게 된 것이다.
노키아는 소비자의 냉랭한 반응을 확인하고 뒤늦게 심비안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을 채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윈도폰 운영체제가 장착된 노키아의 스마트폰 제품은 올해 연말쯤에나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림과 같은 경쟁업체들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을 리 만무하므로 그 신제품이 역전의 계기가 돼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핀란드 경제에서 4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 노키아의 추락은 핀란드 경제 전체에도 타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노키아의 추락은 시장에 영원한 1등은 없으며 순발력을 잃은 1등은 경쟁자에게 추월당한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그렇다고 노키아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노키아는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는 여전히 세계 1위이며 기술력, 판로망, 기업 평판에서 뛰어나다. 족집게 과외선생 덕에 처음 2등을 한 학생이 자기 힘만으로 공부해 1등을 하다 3등이 된 친구를 얕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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